드넓은 가을 하늘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는 한없는 위안과 휴식을 안겨준다. 수평선 너머로 곧게 뻗은 도로를 드라이브하고 야산에 올라 병풍처럼 둘러쳐진 올망졸망한 섬을 한눈에 내려다보면 막혔던 속은 뻥 뚫리고 세상사에 주름진 마음도 곧게 펴질 것이다.

진도군 의신면 청룡마을 앞바다는 시름을 달래면서 마음의 위안을 찾기에 안성맞춤인 마을이다. 청룡마을은 가자미·농어·전복 등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먹을거리도 풍성, 전남 도내 섬 지역 최고의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32가구가 모여 사는 청룡마을은 신안군과 접경지역이다. 사방신(四方神) 중 청룡이 지켜주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 청룡마을이다. 진도 청룡마을 앞바다엔 손가락 발가락섬인 양덕도·저도·가사도·가사혈도·광대도·주지미 등 크고 작은 유·무인도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내년부터 청룡마을 앞바다에서 출발, 양덕도·저도·사자도·가사혈도 등 8개 섬을 거쳐 되돌아오는 관광선 운행이 재기될 전망이다. 이 관광선이 운행된다면 서남해 먼바다를 가지 않고도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기이하고 신비로운 풍광을 해상에서 즐길 수 있게 된다.

신안과 접경지역인 청룡마을 앞바다는 냉수대지역이다. 국내에서 냉수대는 진도해역과 충남 태안, 인천 백령도 해역 등 세 곳이다. 그 가운데서도 진도해역이 여름철 수온이 섭씨 23도를 넘지 않는 등 가장 낮다. 더운 여름철에도 수온이 23도를 넘지 않아 어류폐사는 물론 적조현상도 발생하지 않는다.

청룡마을 어민들이 잡은 가자미를 ‘서촌(서쪽 마을어촌) 가자미’라고 부른다. 전국 어시장에선 ‘서촌가자미’라고 하면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지갑을 열 정도다. 가자미는 물론 농어·전복(양식)·다시마(양식) 등은 다른 지역의 해산물보다 식감이 쫄깃쫄깃하고 단맛이 풍부하다는 특징이 있다. 냉수대인데다, 개펄이 풍부하고 깨끗한 친환경지대이기 때문.

청룡마을의 또 다른 재미는 마을 뒷산 산책로다. 야트막한 산이라고 얕잡아 봤다간 큰 코 다치기 쉽상. 1시간 코스인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가보면 소나무 등 군림을 만나볼 수 있다. 수백 년 된 소나무 등은 이 마을의 전설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산행으로 지친 몸을 바위에 기댈 쯤이면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뿜어내는 신선한 짠 내음이 코끝을 찌르는데, 절로 기운이 난다. 산에서 바라본 앞바다의 크고 작은 섬들은 마치 동화 속 스머프들이 사는 버섯 집들을 연상케 한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섬들을 바라보고 있지만 혹여 작은 스머프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 가는 발길을 붙잡는다.

버섯 집들 사이로 가라앉는 낙조는 그 경관만으로도 신비로운 충격을 준다. 섬과 섬 사이로 홍조 띈 둥근 얼굴을 감추는 낙조를 바라보고 있자면 예전에 일몰을 지켜봤던 그 섬인가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데, 계절마다 낙조의 위치가 바뀌는 탓이다. 단골 관광객들은 이곳을 찾을 때마다 산을 찾아 일몰의 비경을 자신의 카메라 속에 담기 바쁘다.

청룡마을은 조그마한 포구에 가오리 등 각종 생선을 낚아 올리는 전형적인 어촌이다. 하지만 사계절 내내 녹음이 가득해 해양수산부 선정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꼽히는 등 일년 내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중 개매기 체험을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 수는 최소 1만 명 이상이다. 개매기는 갯벌에 그물을 쳐 놓고 밀물 조류를 따라 들어온 물고기를 썰물 때 갇히도록 하는 전통 고기 방식으로, 체험객들은 그물 안쪽으로 직접 들어가 물이 빠진 갯벌 위 그물에 갇힌 숭어·농어·돔 등을 맨손으로 잡은 뒤 바로 회로 먹을 수 있다. 체험비는 성인 기준 5000원.

특히 이 마을 해안은 마을 깊숙이 들어와 있는데, 마치 사람이 양팔 벌려 껴안는 모양새다. 개흙과 모래가 적당히 섞인 혼합 갯벌이 형성돼 있는 탓에 바지락과 고동을 캐는 갯벌 체험도 편히 즐길 수 있다.

/이종행기자 golee@kwangju.co.kr



*찾아 오시는 길

전남 진도 청룡어촌체험마을 (진도군 진도읍 청룡안길 130-12)

▶ 승용차

한남IC → 경부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서해안고속도로 → 서영암IC → 호등교차로 → 녹진교차로(진도타워 방면) → 군내로 → 청룡마을

▶ 고속버스

센트럴시티터미널/동서울터미널 → 진도공용버스터미널 → 진도-전두, 한의 농어촌버스(약 48분) → 청용리정류장 하차(도보 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