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이 고추장·된장 등 각종 양념장으로 만들어지고, 천연세척제·영양제로도 탈바꿈한다. 이같은 꼬막의 변신은 ‘꼬막 전문가’ 서홍석(49·사진)씨 손에서 이뤄졌다. 지난 2008년부터 보성의 대표 특산물 ‘벌교꼬막’을 가공·판매하고 있는 서홍석 ㈜벌교꼬막 대표는 한해 5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꼬막을 다양하게 상품화해서 가공·유통망을 확대하는 한편, 활발히 해외 진출을 하는 등 ‘어촌 6차 산업화’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서 대표는 벌교 청정갯벌에서 300ha 규모의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1일 최대 25t의 꼬막을 채취할 수 있다. 서 대표는 중간에서 발생하는 유통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부터 가공, 납품까지 도맡고 있다.

서 대표는 2009년 본격적으로 회사를 설립한 지 1년 만에 수출 유망중소기업으로 지정받은 데 이어 100만 달러 수출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시설과 할랄인증(중동지역 수출 인증제)을 획득해 든든한 수출기반도 갖췄다. 진출한 국가는 중국, 유럽, 중동지역 등 다양하다.

서 대표의 꼬막 자부심은 대단하다. 2012년에는 도쿄 세계수산물박람회에 벌교 꼬막 20㎏과 조리 기구를 가져가 직접 시식회를 열었고 큰 인기를 끌었다. 서 대표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아내 김덕순(41) 이사는 세계 각 지역의 바이어들과 만나 알리는 역할을 한다. 김 이사는 농수산무역사 1급 자격을 지닌 유통 전문가고 산업통상자원부 세계요리대회에서 꼬막 요리로 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알아주는 손맛을 지녔다.

최근 갯벌 생태계가 오염되면서 꼬막과 같은 조개류의 폐사율이 높은 실정이다. 서 대표는 이런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는 신선한 전남의 수산물을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는 한편, 제품 개발에 온 힘을 쏟았다. 수출 효자 상품으로는 꼬막 장류 제품과 함께 꼬막통조림, 꼬막 건포, 꼬막 하프쉘, 새꼬막살 등이 꼽힌다.

서 대표는 꼬막고추장, 꼬막 된장, 꼬막 쌈장, 꼬막 다시다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 껍질을 벗긴 꼬막은 서 대표의 성공에 가속도를 붙게 했다. 특허까지 받은 서 대표의 꼬막 장류 등의 성공적인 판매에 힘입어 벌교꼬막은 지난해 50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남 어촌이 손을 잡고 ‘상생’의 길을 개척하는 것은 서 대표의 오랜 바람이었다. 판로가 막혀 폐기 처분 위기에 처했던 피조개를 시가로 매입해 가공,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업도 벌였다. 지난해 서 대표는 매년 여수 안포마을이 생산하는 피조개 250∼300t 가운데 절반 정도를 ㎏당 6500∼8000원에 매입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안포마을은 ㈜벌교꼬막과 계약 체결로, 판로를 찾지 못해 폐사가 진행되던 피조개를 팔아 연간 5억 원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벌교꼬막은 안포마을에 삶은 피조개의 건조·분쇄 역할을 맡기고, 이를 통해 생산한 제품의 판매와 수출을 담당하기로 했다. 어민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고, ㈜벌교꼬막은 청정지역 수산물을 중간 마진 없이 꾸준히 공급받게 돼 원활한 공장 가동이 가능해지는 ‘윈윈’(Win-win) 효과를 얻었다.

서 대표는 “어촌이 자체적으로 6차 산업화에 나서면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관련 기업들과 연계시켜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22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서 대표는 전남 어패류로 청년들에게 질 높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 수를 100명까지 늘리려 한다. 서 대표는 꼬막 상품화에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는 상금을 주는 포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보성 꼬막, 여수 피조개 등 싱싱한 전남의 어패류를 전세계에 알리는 박람회도 열고자 하는 소망을 품고 있다. 전남 어패류만을 가지고 전문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서 대표는 “건강한 갯벌과 어촌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을 위한 책무”라며 “앞으로 가공식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는데 다른 어업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싶다”고 덧붙였다.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