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금바리 보다 더 귀하다는 능성어류 ‘붉바리’.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최고급 어종으로 통한다. 30년 동안 붉바리에 인생을 건 어업인이 있다. 무안 청솔수산 윤락진(54·사진) 대표는 11년의 연구 끝에 붉바리 대량 번식에 성공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된 붉바리를 국내 민간양식장에서 대량 번식에 성공한 것은 어종 보전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윤 대표는 바리류 대표 3종의 치어를 키워내고 있다. ‘대왕 붉바리’, ‘대왕 자바리’, ‘대왕 능성어’가 그것으로 모두 ‘대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이들 어종은 기존보다 성장이 4∼5배 빠르기 때문이다. 윤 대표가 개발한 붉바리는 기존에 수온 30도에서 폐사하던 것과 달리 35도까지 올라가도 생존 가능하다. 붉바리 치어 생태에 맞춘 먹이를 개발하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연구비만 10억 원을 들였다는 윤 대표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먹이가 수백억 원 가치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윤 대표는 지난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 수산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년 전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부터 공로 표창도 받았다.

붉바리 대량 번식은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2011년 윤 대표는 국내 처음으로 붉바리 종묘를 가지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윤 대표는 사실 국내보다 중국에서 더 유명하다. 1년에도 두세 번 중국을 방문해 수출계약을 맺고 학술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그는 대만과 홍콩, 제주도에서 붉바리 시식회를 열어 현지인들로부터 맛과 품질을 인정받기도 했다.

윤 대표는 국내 양식업계는 포화상태라고 단언했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추세가 변했지만 어종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새로운 품종 개발과 해외 시장에 눈 돌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실을 맺기까지는 11년의 시간이 걸렸다. 민간 차원에서 쉽게 이뤄질 수 없는 연구였기에 윤 대표는 수백 번 실패를 거듭했다.

윤 대표와 수산물 연구의 인연은 3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고향이 나주인 윤 대표는 여수대 수산양식과 1회 졸업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물고기를 좋아했던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부산에서 공부하다 여수에서 양식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청년 시절 윤 대표는 ‘물고기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는 밤낮으로 쉼없이 연구를 한 탓에 강의시간에 나타나지 않아도 교수들이 결석을 잡지 않았다. 방학 때도 계속 물고기를 접하려 다방에서 어항 닦는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표의 기술은 해외에서 눈독들이고 있다. 지난해 그의 붉바리 양식 기술은 ISO(국제표준화기구) 인증도 받았다. 중국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양어장을 지어주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테니 중국에서 기술 개발을 하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터키 등지에서도 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윤 대표는 해외 측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의 독자적 기술력은 우리나라 수산자원의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교수들에게도 컨설팅을 하고 있다. 연구소나 학교에서 관련 강의도 나간다.

200평으로 시작했던 그의 양식장은 1500평으로 규모가 커졌다. 윤 대표는 내년에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붉바리 치어뿐 아니라 성어도 생산해 내기 위해서다. 윤 대표는 “많은 청년과 어업인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건전한 시장을 만들어 해외에 우리 어종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