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의 고장’ 신안군 도초도 어업인들은 전남 천일염의 위기에도 힘을 모아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성재(57·사진) 신안천일염㈜ 대표에게는 76명의 든든한 어업인 가족이 있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이들은 지난 2009년 10월 신안군 도초면에서 뜻을 모아 회사 법인을 설립했다. 임직원 16명이 일하는 ‘신안천일염㈜’는 지역경제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안천일염’은 식품업체인 대상㈜이 투자한 어업회사법인으로 전남산 천일염의 명품화·세계화 사업을 위해 전남도와 합작한 결실이다. 현지 천일염 생산자와 식품기업이 주식회사를 설립한 것은 천일염 업계에서 아직까지도 유일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회사가 설립된 지 1년 후 천일염 산지 처리장이 세워졌다. 천일염 생산지에서 저장·선별·가공·유통 등의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종합처리장으로 연간 7000t의 천일염을 처리해내고 있다.

‘어업통’으로 통하는 이 대표는 5년 전 ‘신안천일염’의 경영 대표이사 자리를 맡았다. 부임 전 무안에서 12년 동안 경영 대리인으로 일하고, 해조류 가공업체에서도 관리자를 맡는 등 수산물 사업만 20년 이끌어왔다. 지난 2011년에는 목포대학교에서 죽염의 생산과정에 대한 연구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으며 2015년에는 ‘수산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해양수산부 소금산업진흥심의회 위원, 40여 개 업체가 속한 천일염수출협의회 부회장 등을 맡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가 ‘신안천일염’의 경영을 맡은 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식품 기술 연구, 디자인 개발 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는 작업이 없다.

그가 대표로 부임한 2012년 ‘신안천일염’은 국내 최초로 ‘천일염 염전이력제’를 도입했다. ‘신안천일염’이 생산하는 제품에 부착되어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구입한 상품의 생산자 사진과 성명, 생산지역의 주소, 생산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신안천일염’의 경영을 맡은 지난 2012년 곧바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일본에서 카메라 센서를 이용해 소금의 ‘색깔’로 이물질을 분별하는 설비를 특별 주문 제작해 들여왔다. 이후 육안으로 선별해 내기 힘든 이물질을 정확히 제거해내면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 이 대표가 경영에 참여한 첫해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신안천일염’은 현재 55억 원으로 연매출이 껑충 올랐다.

‘신안천일염’은 주주인 천일염 생산자와 매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들의 재고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시세에 구애받지 않고 사전에 계약한 대로 천일염을 거래하기 때문에 생산자들이 수매가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순수 100% 천일염을 원료로 한 자체 브랜드는 대상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속적으로 설비에 투자하고 기능성 소금 등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매출 향상에 힘쓰고 있다. 국제 기준에 맞춘 품질인증(ISO22000, KOSHER)은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밑바탕이 돼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대표는 세계적으로 명품 소금으로 인정받고 있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을 ‘신안천일염’의 라이벌로 꼽고 있다. “품질 측면에서는 게랑드 소금과 우리 천일염이 다를 것이 없지만 게랑드는 특유의 ‘스토리’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 대표는 “신안 천일염의 우수성을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에 알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시장 공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그는 이달 중에 매년 참가해 온 인도 자카르타 수출박람회에서 신안 천일염의 판로를 발굴할 계획이다.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