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대교에 접어들어 해안도로를 따라 40여 분을 차로 달리면 박문심(61)·김동일(66)씨 부부의 아늑한 집과 작업장이 있다. 박씨 부부는 진도군의 대표적인 수산 효자 품목인 김 양식을 하고 있다. 박씨 부부는 연간 500줄 가량을 생산중이다.

박씨는 지역 안팎에서 김 양식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지난달 1일에는 친환경 수산물 생산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진도군의 수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군수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지난 2014년에는 물김 위탁판매사업을 하며 솔선수범해 진도군수산업협동조합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00년 귀어한 박씨 부부는 원래 신혼 때부터 김 양식을 했다. 1970년대 초 김 양식이 많지 않던 시절 박씨 부부는 과감히 마을에서 양식업에 도전했다.

김 양식을 한 2년 동안 나날이 성공 가도를 달려 양돈업으로도 손을 뻗칠 수 있었다. 막사 12개 동을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불었지만 시세의 영향을 받아 하락세를 보였다. 결국 15년 만에 양돈업을 접고 전북 군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양식으로 큰돈을 번 박씨 부부는 부산에서 신발제조업에 뛰어들며 일생일대의 도전을 시작했다. 사업은 날로 번창해 하루에 신발 1만 켤레를 생산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하청업체까지 포함해 직원 600명을 거느리게 됐다.

10년간 안정된 경영을 해왔던 박씨 부부에게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들이닥쳤다. ‘빈털터리’가 된 박씨 부부는 결국 고향인 진도로 귀어를 하게 됐다. 초심으로 김 양식을 시작했지만 성과는 녹록지 않았다. 변변한 자재도 없어서 김씨는 매일 새벽 일을 나가야했고, 박씨는 식당일을 전전해야 했다.

귀어 3년의 고비를 지나더니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김씨의 김 양식 노하우와 박씨의 부지런한 품성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박씨는 “주위에서 양식에 필요한 자재와 도구를 빌려주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성공의 공을 이웃에게 돌렸다.

김씨는 매년 종자를 개량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수온이 오르면서 바다 환경에 맞는 종자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김씨는 “좋은 종자로 시작해야 고품질의 김을 생산하고 폐사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생산한 김은 본래 고소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어 주위에서 인정을 받는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하는 습관은 아들 김종빈(42)씨가 물려받았다. 부산에서 대학을 마친 김씨는 고된 일을 하는 부모를 돕고자 자신의 가족을 이끌고 7년 전 진도로 왔다.

김씨는 동 트기도 전인 새벽 3시에 일어나 아버지와 함께 바다로 일을 나간다. 진도군어업인협회 임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부모의 가업을 물려받을 든든한 후계자다.

김 수확철이 한창이라 박씨 부부의 배 5척은 쉴 틈이 없다. 박씨 부부가 거느리는 상주인력 10명은 환상의 호흡을 보이며 김 수확에 나서고 있다.

박씨 부부가 IMF로 실패를 경험한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이들은 웃음과 배려로 그동안의 슬픔을 견뎌냈다. 박씨 부부의 이웃사랑은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김씨는 고향마을에 1000만 원을 들여 만든 표지석을 기증했다. 5년 전 박씨 부부는 현재 살고 있는 마을 회관에 600만 원을 들여 머릿돌을 제작해 세우기도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새벽 일과를 빠뜨리지 않는 박씨 부부는 이제 평화로운 황혼을 꿈꾸고 있다. 이웃과 더불어 살고 마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노후를 보내는 것이 박씨 부부의 바람이다.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