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하면 장흥 내저마을을 떠올리게 하고 싶어요. 내저 찰매생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홍보해 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상품으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흥군 대덕읍 내저마을의 특산품 매생이는 ‘찰매생이’라 불린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장흥 매생이는 지금도 다른 지역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내저마을 찰매생이는 시원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김우진(41)씨는 매일 새벽 바다로 나간다. 내저마을은 매생이 준비로 10월부터 분주하다. 대나무 발에 매생이씨를 받는 ‘채종’ 작업으로 매생이 양식을 시작한다.

김씨는 새벽에 물때를 맞춰 어민들과 서너 명씩 짝을 이룬 채 어선을 타고 나가 작업을 한다. 연일 혹한의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는 요즘 매생이 종자(포자)를 발에 붙여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매서운 바닷바람이 꽁꽁 여민 옷깃을 파고들지만 매생이 출하시기를 맞추려면 분주한 손놀림은 쉴 틈이 없다.

일일이 손이 가는 작업이라 녹록지 않지만 김씨의 얼굴에는 항상 웃음꽃이 피어 있다. 내저마을의 매생이가 인기를 끌면서 마을에 활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매생이는 20여 년 전까지 만해도 김 양식에 방해돼 마을의 골칫덩어리였지만 지금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을 어민들은 매생이 양식으로 새로운 수입이 생겼고 김 양식을 하면서 생긴 빚도 갚는 좋은 일도 생겼다. 매생이의 전국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일하러 온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매생이 양식에 새로 뛰어든 20∼30대 젊은 어민들이 늘고 있다.

내저마을이 고향인 김씨는 4년 전 귀어했다. 대덕읍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김씨는 서울에 가정을 꾸려 살아왔었다. 그러던 와중에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을 듣고 귀향을 결심했다. 대를 이어온 매생이 양식 일을 물려받기 위해서다. 김씨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적부터 바닷일을 하는 것을 만류했었다. 망부의 반대가 있었지만 김씨는 장흥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매생이 양식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홀어머니가 고된 매생이 양식 일을 혼자 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김씨가 생산하는 매생이는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많다. 발 빠른 마케팅으로 김씨는 매년 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생이에 대한 김씨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김씨는 급속 냉동 보관한 매생이를 직배송하고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을 위해 온라인 판매를 강화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매생이 채종부터 수확까지 양식 전 과정을 소비자에 공개하고 있지요. 내저마을의 신선한 매생이가 1년 내내 전국의 식탁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김씨는 고객의 질문에 답변하고 매생이 요리법도 게시하는 등 고객과 소통에 힘쓰고 있다. 김씨의 추천 메뉴는 소고기를 넣어 끓여낸 ‘매생이국’이다.

매생이는 빠르면 12월부터 길게는 다음해 3월까지 채취된다. 김씨는 햇매생이를 찾는 고객들에게는 적절한 구입 시기를 알려주면서 제철에 주문하기를 조언하고 있다. 그는 좋은 품질의 매생이를 공급하기 위해 수확기 끝자락의 매생이는 출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매생이 채취부터 가공까지 모든 과정이 김씨의 손을 거치기 때문에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바쁠 때 가족은 저에게 힘이 되는 존재입니다. 아내는 물심양면으로 매생이 판매를 돕고 있지요.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삼남매는 힘든 일상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원동력이 돼주거든요.”

김씨는 지난해부터 어촌계장을 맡아 38가구가 사는 내저 어촌계를 이끌고 있다. 김씨는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귀어 4년차에 어촌계장을 맡을 수 있었다. 올해 임기가 끝나지만 김씨는 마을 일에 꾸준히 참여할 계획이다. 그는 “어촌의 6차 산업화가 내저마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고부가가치를 지닌 찰매생이를 전국적인 인기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