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삶에 지친 사람들은 ‘힐링’을 이야기한다.

잘 쉬고 잘 먹는 게 삶의 중요 가치가 된 요즘 , 힐링 같은 마을이 있다. 바다와 산에 포근하게 안겨 있는 보성군 회천면 객산마을.

객산마을로 가는 길부터 힐링이다. 광주에서 1시간여를 달리다 보니 산길 옆으로 햇살이 곱게 부서지는 바다가 쨍하고 눈에 들어온다. 보성 하면 ‘녹차’를 떠올리게 된다. 푸른 물결의 녹차밭으로 대표되는 곳이지만 보성은 바다 마을이기도 하다. 잊고 있던 보성의 바다를 따라 객산 마을로 향한다.

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득량만에 그득 물이 차올라 잔잔하게 출렁이고 있다. 멀리 조업을 나간 이들의 움직임이 바다에 반사되어 온다. 객산 어민 회관 앞으로 펼쳐진 바다, 몸을 돌려 뒤를 보면 멀리 필봉산까지 병풍처럼 산이 마을을 지키고 서 있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마을은 고요하다. 하지만 이곳의 들판과 산과 바다는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생명을 만들어 낸다.

비옥한 토지와 산자락에는 쪽파, 브로콜리, 양상추, 복분자, 고사리 등이 키워진다. 포슬포슬한 회천 감자는 유명하다. 부지런한 꿀벌도 이 마을의 당당한 일원이다. 한봉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게 김영휘 객산어촌계 총무의 설명이다.

김씨는 “마을 앞이 바다라서 전염될 것이 없고, 뒤는 높은 산이 있어서 외부에서 벌이 오지 않는다. 우리 지역의 토종벌만 왕성하게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더 좋은 꿀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간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노나무를 사다가 심고, 황칠나무도 두르는 등 천혜의 환경 속 주민들의 손길 속에 귀한 꿀이 채워져 간다.

세 골짜기의 물이 모여 이뤄진 객산리 하천이 득량만으로 흘러나가는 길목에는 맛 좋은 바지락이 그득하다. 비싼 가격에도 일본으로 전량 다 수출했던 바지락이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어패류에 대한 일본 내 소비량이 떨어지면서 지금은 국내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바지락 밭인 갯벌은 쏙, 고동, 낙지도 가득 품고 있다. 13척의 어선이 싣고 오는 해산물도 풍성한, 자연의 보고 객산마을이다.

조선 중종이 연산군의 폭정을 피해 보성으로 내려온 자신의 스승에게 ‘사방 30리를 주어라’며 하사한 땅이 바로 이곳이다. 마을 뒷산 바위가 둘러서 있는 모습이 관(冠)의 형상이라 하여 관암(冠岩)이라 불려오다 언제부터인가 ‘객산(客山)’이 되었다.

고요한 마을은 ‘손님이 산처럼 많이 몰려오는 곳’이라는 이름에 맞게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해질 예정이다.

지난 6월 해양수산부 주관 ‘2018년 어촌분야 일반농산어촌 특화개발사업’ 국비 공모사업에 객산마을이 최종 선정됐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국비 21억원을 포함해 총 30억원의 사업비로 회천 객산마을의 어촌 특화개발사업이 연차적으로 추진된다.

득량만 청정해역이라는 지리적으로 좋은 여건을 갖추고도 인프라 시설이 부족해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객산마을의 변신.

리아스식 해안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펜션이 조성될 예정이다. 바다를 보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연 무대도 만들어 객산 마을의 색소폰 연주자들이 실력을 발휘할 생각이다.

풍성한 바지락과 전어를 중심으로 체험장도 조성된다.

바지락 잡기 체험장으로는 최적의 조건이다. 자갈하고 모래가 합쳐진 갯벌은 발이 빠지지 않아 아이들도 장화를 신고 이동하기에 좋다. 물이 빠지면 경운기가 들어갈 정도다.

객산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수문도 만들어 전어 축제, 물 축제도 펼칠 계획이다. 약 4000㎡(1200평) 정도의 하천길을 따라서 전어도 잡고, 오리배·바지선 배를 타면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민다는 게 주민들의 계획이다. 물길 양옆으로는 오색 가로등을 설치해 운치를 더하고 시원한 물을 뿜는 분수대도 생각하고 있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마을의 해돋이 풍경도 사람들의 발길을 잡을 것이다. 필봉산에 데크를 설치해 갓바위와 유산각 두 갈래 길로 나눠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꾸미고 있다.

이곳의 역사도 함께 살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갓바위를 넘어가면 석보창(石堡倉)있다.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만 남았을 때 선소에서 배를 만들면서 무기와 식량을 보관했던 곳이다. 보성은 이순신의 처가이기도 하다. 왜군이 찾기 어려운 안전한 곳에서 미래를 도모했던 역사가 남아있는 곳. 지금은 흔적만 있는 석보창을 의미 있는 역사 관광지로 꾸미고 싶은 게 주민들의 바람이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찾아오시는 길

▶ 승용차

반포IC → 경부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지원교차로(화순, 장흥방면) → 초당교차로(순천, 벌교방면) → 천포사거리(선소, 객산방면) → 객산길을 따라 22m이동

▶ 고속버스

센트럴시티터미널 → 보성시외버스터미널(4시간40분) → 보성-비봉 농어촌버스(약 70분) → 객산정류장 하차

▶ 열차

용산역/영등포역 → 득량역 → 득량역 정류장, 보성-비봉 농어촌버스(약 40분) → 객산정류장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