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생각'] (218) 안부
2018년 03월 22일(목) 00:00
불안·초조한 현대인 ‘정말 잘 있을까’

최석운 작 ‘나는 잘 있다’

“오래/보고 싶었다//오래/만나지 못했다//잘 있노라니/그것만 고마웠다”〈나태주 작 ‘안부’〉

자고나면 아침에 접하는 뉴스가 ‘경천동지’할 사건·사고이고 보니 가까운 사람들 혹은 오래 소식 나누지 못했던 지인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그저 평범하게 살면서 좋은 삶을 향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최석운 작가(1960∼ )의 ‘나는 잘 있다’(2010년 작)는 최근 영화보다 더 스펙터클하고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현실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의 일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너나없이 바쁘게 어딘가를 향하는 소시민들이 각기 가족이나 지인들과 통화하면서 자신의 안부를 전하지만 작품의 제목처럼 “나는 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무언가 불안하고 초조한 인물들의 상황은 한쪽으로 몰려있는 눈동자를 통해 과장해서 묘사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있다”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은 어떤 상황일까?

최석운 작가는 “소통의 매개체라 할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를 어디서든 수시로 찾는 현대인들은 어쩌면 소통의 부재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세태를 건드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휴대폰에 매여 이제 더 이상 사적 공간과 사생활의 영역이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를 현대사회를 무심하게 관찰한듯하면서도 사소하게 지나치지 않고 깨알처럼 포착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공감을 준다. 작품 하단에 이 모든 상황을 조소하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개 한 마리의 설정은 관람자들에게 이 장면이 심각한 상황임을 느끼게 하려는 것 같다.

부산 출신으로 양평에서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유머스럽고 능청스런 화법으로 보여주고 있어 ‘현대의 풍속화가’라 불리기도 한다.

〈광주비엔날레정책기획실장·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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