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절반의 통일론에 답이 있다
2018년 08월 15일(수) 00:00 가가
[최영태 전남대 사학과 교수]
북미 관계가 갈지자걸음을 하고 있다. 좀 답답한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지난해의 험악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위안을 삼는다. 남한, 북한, 미국, 중국 모두 한반도 문제를 푸는 해법을 알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 북미 수교, 평화 협정 체결 등이 그것이다. 미국과 북한 모두 샅바 싸움 그만하고 쟁점사항들에 대해 빨리 일괄 타결하기 바란다.
북미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김정은 정권의 지위도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이 될 것이다. 민약 그렇게 된다면 통일 문제는 어떻게 될까? 통일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통일의 궁극적 목표는 한민족의 번영과 민족 구성원의 행복 증진이다. 이 목표에서 정치적 통일만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문화적·민족적 동질성 유지와 교류 협력을 통한 공생공영도 통일을 향한 답이 될 수 있다.
동방 정책으로 독일 통일의 초석을 다진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전 서독 총리는 동서독인들이 화해하고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민족 동질성을 유지해나가면 사실상 절반의 통일은 달성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다수 서독인들은 이런 주장에 공감했고, 그 결과 서독인들은 정치적 통일을 역사에 맡긴 채 우선 동서독 간의 교류 협력에 집중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서독인들의 동독(동베를린 포함) 방문은 많을 경우 연간 700만 명에 이르렀고 동독인들의 서독(서베를린 포함) 방문도 500만 명에 이를 때가 있었다. 동서독인들 사이에는 전화 통화와 TV 시청도 언제나 가능해졌다. 이 정도면 사실상 절반의 통일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아야 한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1990년의 정치적 통일은 이런 배경이 토대가 되었다.
그럼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도 지금 시점에서는 절반의 통일을 목표로 하는 게 현실적이다. 남북이 교류 협력하고 공존공영하면서 훗날을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우리의 경우 독일과 똑같은 방식의 교류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몇 백 명 수준의 이산가족 상봉도 쉽지 않은 현실을 인정하며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민족 동질성을 유지해나가야 하는가? 다행히 우리의 통일 원심력은 독일보다 훨씬 강하다. 독일은 1870년 통일 국가를 구성하기 전까지 수백 년 동안 분열되어 있었던 반면에 우리는 천년 이상 하나의 국가 밑에서 살았고 이 역사적 경험이 우리에게 강한 통일 욕구를 갖게 해주었다.
물론 이런 정도에 안도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별개의 국가로 존재하다 보면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나 통일이라는 목표가 점점 더 의미를 잃어갈 수 있다. 당연히 우리 식의 민족 동질성 유지 및 교류 협력 방식이 필요하다. 국제 스포츠 행사에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는 장면이나 단일팀을 출전시키는 일은 독일에서는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우리 식의 ‘하나 되기’ 방식도 있다. 민족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절반의 통일을 이룬다는 자세로 문화 스포츠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민족 동질성 유지를 위해 특별히 많은 투자를 해야 할 대상은 청소년들이다. 미래의 통일 주역이 될 청소년들에게 통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통일 교육은 당장 통일이 필요하다는 식의 방식이 아니라 오랫동안 하나의 국가로 살아 온 우리 역사의 특수성, 남북한이 하나 되기 운동을 했을 때의 이점 등을 차분히 인식시키는 방식이 더 좋다. 통일 교육 프로그램으로서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만한 것에 북한 역사 탐방이 있다. 역사 탐방 프로그램은 남한의 청소년들에게 국토 사랑,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 그리고 북한의 관광 산업 활성화 등 다양한 이점을 안겨줄 것이다.
정치적 통일은 한쪽이 다른 한쪽에 흡수되고 흡수당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죽기 살기 식의 대결을 부추기지만 문화적 통일은 다르다. 남북한 모두 정치적 통일이 아닌 문화적 통일을 당면 과제로 설정할 경우 당장 실천 가능한 일,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 등 민간한 정치적 문제의 해법 찾기 외에 문화적·민족적 동질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해주기 바란다. 우리의 당면 과제를 민족 동질성 유지를 통한 절반의 통일로 설정하고 좀 더 여유있게, 그리고 원대한 자세로 하나 되기 운동을 전개하자.
동방 정책으로 독일 통일의 초석을 다진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전 서독 총리는 동서독인들이 화해하고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민족 동질성을 유지해나가면 사실상 절반의 통일은 달성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다수 서독인들은 이런 주장에 공감했고, 그 결과 서독인들은 정치적 통일을 역사에 맡긴 채 우선 동서독 간의 교류 협력에 집중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서독인들의 동독(동베를린 포함) 방문은 많을 경우 연간 700만 명에 이르렀고 동독인들의 서독(서베를린 포함) 방문도 500만 명에 이를 때가 있었다. 동서독인들 사이에는 전화 통화와 TV 시청도 언제나 가능해졌다. 이 정도면 사실상 절반의 통일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아야 한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1990년의 정치적 통일은 이런 배경이 토대가 되었다.
물론 이런 정도에 안도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별개의 국가로 존재하다 보면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나 통일이라는 목표가 점점 더 의미를 잃어갈 수 있다. 당연히 우리 식의 민족 동질성 유지 및 교류 협력 방식이 필요하다. 국제 스포츠 행사에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는 장면이나 단일팀을 출전시키는 일은 독일에서는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우리 식의 ‘하나 되기’ 방식도 있다. 민족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절반의 통일을 이룬다는 자세로 문화 스포츠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민족 동질성 유지를 위해 특별히 많은 투자를 해야 할 대상은 청소년들이다. 미래의 통일 주역이 될 청소년들에게 통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통일 교육은 당장 통일이 필요하다는 식의 방식이 아니라 오랫동안 하나의 국가로 살아 온 우리 역사의 특수성, 남북한이 하나 되기 운동을 했을 때의 이점 등을 차분히 인식시키는 방식이 더 좋다. 통일 교육 프로그램으로서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만한 것에 북한 역사 탐방이 있다. 역사 탐방 프로그램은 남한의 청소년들에게 국토 사랑,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 그리고 북한의 관광 산업 활성화 등 다양한 이점을 안겨줄 것이다.
정치적 통일은 한쪽이 다른 한쪽에 흡수되고 흡수당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죽기 살기 식의 대결을 부추기지만 문화적 통일은 다르다. 남북한 모두 정치적 통일이 아닌 문화적 통일을 당면 과제로 설정할 경우 당장 실천 가능한 일,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 등 민간한 정치적 문제의 해법 찾기 외에 문화적·민족적 동질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해주기 바란다. 우리의 당면 과제를 민족 동질성 유지를 통한 절반의 통일로 설정하고 좀 더 여유있게, 그리고 원대한 자세로 하나 되기 운동을 전개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