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복원과 아시아문화전당, 그리고 광주
2018년 10월 03일(수) 00:00 가가
[박홍근 건축사·포유건축 대표]
필자는 2017년 8월 ‘아시아문화전당과 나는 답답하다’란 제목의 은펜칼럼을 쓴 적 있다. 옛 전남도청 일원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는 일련의 과정을 바라본 시민으로서 “옛 전남도청 복원”이라는 주장과 이에 반응하는 지역 사회 대응 역량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담았었다.
그 후 1년이 지난 9월 7일 ‘옛 전남도청 복원 연구계획 대국민 설명회’가 있었다. 2년여 간의 오월어머님들과 진보단체 주장이 받아들어져 복원을 위한 첫 발을 내딛는 행사였다. 문화전당 설계안은 2005년 말에 결정되었다. 그 이전과 이후 과정에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서로 합의에 의한 결과였다. 그 결과가 지금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다. 그런데 다시 이를 부정하고 원점 또는 복원이라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해 할 수 없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합의를 거처 오늘까지 온 것을 비민주적 방법으로 되돌리는 건, 또 하나의 폭력이다. 오월어머님들의 마음은 일부 이해하지만, 2004년부터 그간 전개 과정을 볼 때 현재의 복원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이런저런 권력 가진 분들의 큰 흐름은 ‘복원’이다. 참 답답하다. 그래도 복원한다고 하니 필자도 몇 가지 염려를 나눌 권력(?)을 누려보려 한다. 첫째, 건축 구조와 기회 비용이다. 옛 전남도청과 상무관은 원형이 보존되어 있지만, 나머지 경찰청과 민원실 건물들은 내부가 완전히 변형되어 있다. 외관만 원형으로 있지 내부는 구조 성능 향상과 현 전시 기능에 맞게 공간이 바뀌었다. 특히 도청 별관은 문화전당 주출입구를 위해 일부 철거 후 철골 프레임으로 형상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구조 보강을 하여 오월단체가 임의 사용하고 있다. 안되는 게 없는 세상이다. 다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기회 비용을 생각해보자. 또 수백억 원을 모조품으로 되돌리는데 쓰겠다는 것인가. 이를 위한 기회 비용 상실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둘째, 원형 복원의 목적이 무엇인가? 복원은 어디까지인가. 80년 5월 항쟁 당시로 복원한다고…. 그럼 복원 후 그 공간은 무엇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인가. 말이 없다. 복원해 놓고 보자는 것인가. 그 많은 어려움과 기회 비용을 지불하고 복원했다고 치자. 그 박제화 된 공간이 오늘의 우리와 미래의 후손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음을 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면 민족의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외침도 안다. 역사의 물질적 형상은 중요하다. 그러나 형상의 많고 적음 보다는 정신이 훨씬 더 중요하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며 어떻게 발전적으로 나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오월의 역사적 교훈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주 시민이 ‘대동단결’로 항쟁의 깃발을 들고 일어선 것이 핵심이다. 이 정신을 잊고, 물질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가 묻고 싶다. 셋째, 원형 복원으로 없어지는 민주평화교류원의 기능은 어디서 채울 것인가? 문화전당은 다섯 개의 주요기관으로 구성되어 유기적, 보완적 관계로 역할토록 만들어졌다. 민주평화교류원과 방문자센터가 없어지게 되는데,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안 제시 없는 권력자들의 단편적 판단만 난무함이 아쉽다.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유적 보존과 문화전당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별관 보존으로 문화전당 주 진입로가 옹색하게 되었고, 광장 기능이 살지 못하는 것을 잊지 말자.
국립아시아문화정당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지역 사회의 비난이 많다. 그리하면서도 전당 출발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누가? 우리가…. 지역 권력자들은 대안 제시보다는 애매한 지적과 후퇴하는 결정을 한다. 지역이 할 수 있는 대안 제시와 그에 상응하는 실천을 하면서 중앙을 바라봐야겠다. 오월단체들의 행동에 걱정하는 시민들도 많다. 오월정신인 ‘민주’와 ‘대동단결’의 깃발은 없어지고, 없어진 깃발은 일부사람들의 ‘완장’으로 변질되었다는 목소리다. 만약 완장으로 여긴다면 제대로 ‘민주’와 ‘대동단결’의 오월정신을 계승 발전하고, 지역 사회 발전에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가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원성도 듣는다. 수면아래서 부글부글 속앓이하는 시민들도 많다. 광주를 과거로 후퇴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오늘의 우리 행동은 내일의 역사다. 역사에서 제대로 된 교훈을 얻어, 더 이상 헛바퀴 도는 누를 범 하지 말아야 한다. 광주는 현재의 우리만 사는 곳이 아니다. 우리 자식이, 후손이 살 곳이다. 과거에 매몰돼 미래 비전을 제시 못하고 후퇴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월의 깃발이 광주 발전의 깃발이 되길 기원해 본다.
※ 이 칼럼은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그 후 1년이 지난 9월 7일 ‘옛 전남도청 복원 연구계획 대국민 설명회’가 있었다. 2년여 간의 오월어머님들과 진보단체 주장이 받아들어져 복원을 위한 첫 발을 내딛는 행사였다. 문화전당 설계안은 2005년 말에 결정되었다. 그 이전과 이후 과정에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서로 합의에 의한 결과였다. 그 결과가 지금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다. 그런데 다시 이를 부정하고 원점 또는 복원이라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해 할 수 없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합의를 거처 오늘까지 온 것을 비민주적 방법으로 되돌리는 건, 또 하나의 폭력이다. 오월어머님들의 마음은 일부 이해하지만, 2004년부터 그간 전개 과정을 볼 때 현재의 복원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이런저런 권력 가진 분들의 큰 흐름은 ‘복원’이다. 참 답답하다. 그래도 복원한다고 하니 필자도 몇 가지 염려를 나눌 권력(?)을 누려보려 한다. 첫째, 건축 구조와 기회 비용이다. 옛 전남도청과 상무관은 원형이 보존되어 있지만, 나머지 경찰청과 민원실 건물들은 내부가 완전히 변형되어 있다. 외관만 원형으로 있지 내부는 구조 성능 향상과 현 전시 기능에 맞게 공간이 바뀌었다. 특히 도청 별관은 문화전당 주출입구를 위해 일부 철거 후 철골 프레임으로 형상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구조 보강을 하여 오월단체가 임의 사용하고 있다. 안되는 게 없는 세상이다. 다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기회 비용을 생각해보자. 또 수백억 원을 모조품으로 되돌리는데 쓰겠다는 것인가. 이를 위한 기회 비용 상실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둘째, 원형 복원의 목적이 무엇인가? 복원은 어디까지인가. 80년 5월 항쟁 당시로 복원한다고…. 그럼 복원 후 그 공간은 무엇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인가. 말이 없다. 복원해 놓고 보자는 것인가. 그 많은 어려움과 기회 비용을 지불하고 복원했다고 치자. 그 박제화 된 공간이 오늘의 우리와 미래의 후손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음을 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면 민족의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외침도 안다. 역사의 물질적 형상은 중요하다. 그러나 형상의 많고 적음 보다는 정신이 훨씬 더 중요하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며 어떻게 발전적으로 나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오월의 역사적 교훈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주 시민이 ‘대동단결’로 항쟁의 깃발을 들고 일어선 것이 핵심이다. 이 정신을 잊고, 물질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가 묻고 싶다. 셋째, 원형 복원으로 없어지는 민주평화교류원의 기능은 어디서 채울 것인가? 문화전당은 다섯 개의 주요기관으로 구성되어 유기적, 보완적 관계로 역할토록 만들어졌다. 민주평화교류원과 방문자센터가 없어지게 되는데,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안 제시 없는 권력자들의 단편적 판단만 난무함이 아쉽다.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유적 보존과 문화전당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별관 보존으로 문화전당 주 진입로가 옹색하게 되었고, 광장 기능이 살지 못하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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