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던 더위도 추석을 맞아 꺾이고 벌써 완연한 가을이다. 그러나 긴 더위 끝에 느끼는 시원한 바람을 반가워 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가을철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감염 질환 때문이다. 가을이 오면 소풍, 운동회, 단풍놀이 등 야외 활동이 많아지고 농촌에서도 수확을 위한 논밭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한 감염병이 증가한다. 대표적인 3대 가을철 열성 질환으로는 쯔쯔가무시병, 신증후군 출혈열, 렙토스피라증이 있다.

이러한 가을철 열성 질환의 국내 발생 빈도는 쯔쯔가무시병이 가장 많아 연 8000~9000건 정도이고, 신증후군 출혈열은 400건, 렙토스피라증은 50건 정도이다. 중요한 것은 환절기라는 시기적 특성상 몸살 감기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고 고령이나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사망률도 높다. 위의 세가지 가을철 열성 질환은 사람으로부터 전파되지는 않고 동물 혹은 곤충을 통해 전파되고 발열을 유발한다는 점은 동일하나 상세한 전파 양식은 각각 다르다.

쯔쯔가무시병은 쯔쯔가무시균을 가진 털 진드기의 유충이 번데기로 탈바꿈 하는 시기에 야생 쥐에 기생하게 되는데, 이때 사람을 만나 피부에 부착하게 돼 조직액을 흡입하면 털 진드기 유충 내의 균이 인체로 들어가 병을 일으키게 된다. 국내에서는 9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0월에 절정을 이루다가 11월부터는 감소하기 시작하며 전북, 경남, 충남 및 전남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털 진드기의 유충은 털 진드기가 알을 낳는 우기에 덤불이 우거진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성묘를 가거나 풀베기, 추수를 할 때 많이 노출된다. 진드기와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는 풀밭에 앉거나 눕는 것은 피하고, 빨래 등을 풀밭에 널지 말아야 하며, 유행 시기에 관목 숲 등의 지역에 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

신증후군 출혈열은 숙주인 등줄쥐의 소변, 타액, 대변 등 배설물에 바이러스가 오염돼 있다가 건조돼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10~12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등줄쥐는 전국에 분포하고 논둑, 밭, 초원, 삼림 지대에 서식하기 때문에 야외에서 일하는 농부, 작업장 인부, 군인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잠복기는 평균 2~3주이고 임상 양상은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다. 중증도가 다른 이유는 바이러스의 종류, 독력, 인체의 면역 반응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증상은 발열, 결막 충혈이나 겨드랑이와 연구개의 점상 출혈과 같은 출혈 증상 및 신부전의 주요 소견을 보이고 특징적으로 양측 옆구리 압통을 동반한다. 늦가을 유행 시기에 유행 지역에서의 야외 활동을 삼가고 설치류의 배설물에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설치류의 먹이가 될 만한 음식물은 밀폐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렙토스피라병은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된 개, 소, 돼지 등 동물의 소변에 오염된 환경에 노출돼 감염된다. 또 감염된 동물의 조직을 다루거나 동물에 물리거나 오염된 음식이나 물의 섭취 또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그러므로 오염된 논밭 물에 장시간 발을 담그고 작업하는 농부와 오염된 습한 토양이나 물과 관련된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광부, 오수 처리 담당자, 낚시꾼, 군인 등은 감염 위험이 높다.

환자의 대부분이 9월부터 11월 사이에 발생하고 전남, 전북, 경기, 충북 지역에서 주로 유행하는 양상을 보인다. 잠복기는 보통 5~14일이고 가벼운 감기 증상에서부터 치명적인 경우까지 다양한 임상 경과를 보인다. 주증상은 갑작스러운 두통, 근육의 통증과 압통, 오한을 자주 동반하는 발열 등이다. 대부분의 경우 경한 독감 증상을 보이지만 5~10% 정도에서 중증의 황달, 신부전, 출혈 등을 보일 수 있고 이러한 경우 사망률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렙토스피라병에 대한 백신은 없어 생활 환경을 깨끗이 유지하고 들쥐들의 접근을 막는 관리와 오염된 환경에서 작업시에 긴 바지, 장화, 장갑 등의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하며 작업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야외 활동 후 2주 이내에 열이 난다면 의료 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