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언변도, 논리적인 설득도 아니다. 어눌할지라도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진실과 진심’이 마음을 움직인다. 필자는 영화와 시가 ‘진실과 진심’으로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본다.

필자는 최근에 ‘바울(Paul, Apostle of Christ, 2018)’이라는 영화를 봤다. 기독교 영화임에도 ‘바울’은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 신앙인들에게는 믿음을 통한 사도 바울 생의 마지막을 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성경 역사상 가장 뜨거운 마지막 여정이 시작된다. 그리스도가 부활한 지 약 30년 후인 AD 67년, 로마 제국의 황제 ‘네로’는 자신의 광기로 일어난 대화재 원인을 신흥 종교인 기독교에 돌린다. 짐승들의 먹이가 되거나 불태워지며 극심한 박해를 받는 크리스천들. 그리고 그들의 리더인 바울은 네로의 명령에 의해 감옥에 갇혀 사형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매일같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신앙을 지킨 초대 교회 성도들 “사나 죽으나 다 주를 위한 것”이라 고백하는 바울이다. 아침이면 콜로세움으로 끌려가야 하는 ‘누가’라는 인물을 로마 교도관장인 모리수스가 급히 찾는다. 그의 딸이 병이 깊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방 우상 신들에게 기도를 하고 피의 제사를 드리고 로마에서 유명하다는 의사를 불러봤지만 소용이 없다. 모리수스의 마지막 선택이 바로 하나님이다. 그때 바울은 의사 누가를 추천한다. 누가는 그의 딸을 수술하는 동안 바울은 중보 기도를 한다. 결국 치료가 되면서 모리우스는 기독교인에게 호의를 가지게 된다.

필자는 바울이 고백한 예수의 흔적을 봤다. 그것은 십자가 복음의 흔적이다. 십자가는 바울에게 있어서 삶의 전부다. 보람이며 자랑이다. 그래서 해박한 학문도, 율법을 위한 열심도, 사회적 화려한 신분도, 배설물처럼 여기고 오직 십자가만 자랑한 것이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자기 몸에 채우는 것이다. 십자가의 도를 전하는 영화 ‘바울’은 얼마나 잔잔하게 영혼에 스며드는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린도전서 13장 4절-7절 )

고린도전서 13장은 사랑장이라고 한다. 바울이 쓴 로마서 13장에서 바울은 “피차 사랑의 빚 이외는 아무 빚도 지지 말라”하며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롬 13:10)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사랑을 실천하는 바울의 모습이다. 그 뿐인가. 고통의 현장에서 누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본다. ‘오직 사랑만이 악을 이긴다’는 말이 자꾸만 귓가를 맴돈다.

바울은 믿음을 고수한 채 참수형을 당한다. 사도 바울이 청년 사울이던 시절 박해했던 한 무리가, 스데반과 함께 웃으면서 바울을 하늘 문에서 만나러 나온다. 이제야 홀가분해진 바울에게 멀리서 주님께서 걸어 나오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필자는 바울이 들려준 잔잔한 말씀과 헌신의 삶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살아도 주를 위해, 죽어도 주를 위해”라는 기독교의 평범한 진리에 비춰,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거룩한 질문 앞에 답을 해야 될 것 같다.

영화 ‘바울’은 논픽션과 픽션이 어울러져 성경이 미처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을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앤드류 하이엇이 감독을 맡고 제임스 펄크너(바울 역)가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제임스 카비젤(누가 역), 안드레 아기우스(스데반 역)의 연기도 볼 만하다.

감동의 영화는 바로 일어날 수 없다.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물론 모든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다시 말해 영화를 만든 모든 이들에 대한 예의는 마지막 자막(엔딩 크레딧)까지 보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싶다. 영화 ‘바울’은 종교를 떠나 사랑이 무엇인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무엇인지 느끼고자 하는 이들이라며 마지막 자막까지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