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10일 노벨이 사망한 날에 맞춰 스웨덴에서는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일본인 혼조 다스쿠 씨가 발표되자 미디어에서는 부러움과 시기에 찬 보도로 우리나라의 과학 교육 문제점과 과학자에 대한 처우 및 국가 대책 부족을 지적하는 기사를 쏟아내었다.

초등학교 1학년만 되어도 스웨덴이라는 나라 이름은 잘 모를 수 있지만, 노벨이라는 사람이 위인 전집에는 꼭 들어있는 훌륭한 사람이고 노벨상은 많은 이들이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최고의 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노벨은 본인의 전 재산으로 노벨재단을 만들고 기금을 설치하여 그 이자로 매년 인류를 위해서 최대의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상금 형식으로 수여하게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 유언장의 내용 중 가장 위대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수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후보자의 국적을 일체 고려해서는 안되고 스칸디나비아 사람이건 아니건 관계없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 수상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부분이다.

노벨상은 처음에는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5가지 부문에서 나중에 경제학상이 추가되어 모두 6개 부문의 상이 수여되며 1901년부터 세계대전 기간을 제외하고 매년 시상되고 있다. 특이하게도 수상자가 결정될 때 생존해 있는 사람에게만 시상한다고 되어 있다. 물론 2000년 고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과 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해 우리나라도 노벨상 배출국이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과학 분야의 노벨상이 우리나라에서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엑스레이(X-ray)를 발견하여 1회 물리학상을 수상한 뢴트겐, 페니실린을 발견하여 감염으로부터 많은 생명을 구한 플레밍, DNA 구조를 밝혀 유전자 시대의 여명을 활짝 연 왓슨과 크릭, ABO 혈액형을 만든 란트슈타이너, 종이 울리면 침을 흘리는 개의 조건 반사실험으로 유명한 파블로프 등 어디서 이름 한 번은 들어보았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최근 수상자들의 업적도 후세에는 더욱 크게 평가받을 수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안과 의사로 녹내장, 백내장과 함께 시력 교정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데 현재 가장 많이 시술되고 있고 빠른 시력 회복과 충격에 강한 특징이 있는 스마일 수술의 원천 기술이 올해 201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고출력 레이저 기술인 CPA(Chirped Pulse Amplification)라는 것이 SMILE(Small Incision Lenticule Extraction) 수술에 이용되고 있는데, 이 기술을 개발한 아서 애슈킨과 제라드 무어가 2018년 수상자가 된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이 기술의 좋은 예로 시력 교정술에 이용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안경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왔다고 시상 이유를 설명하기도 하였다.

CPA 기술은 에너지의 집적 기술로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안과 수술에서 보다 적은 오차를 가지면서 정확한 부위에 에너지를 전달하고 그 주위에 손상을 주지 않는, 말하자면 아주아주 정교한 레이저 칼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기술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이런 레이저 칼을 가짐으로써 안과의사는 투명하고 얇은 각막과 같은 조직에 아주 적은 에너지로 현미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을 규칙적으로 뚫을 수 있게 되어 시력 교정 수술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노벨상이 유명하지만 내 삶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매일 시행하는 수술의 기본 기술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고 하고, 의학사에 유명한 사람의 이름이 계속 확인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노벨상이 가지는 이름의 무게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노벨 물리학상이나 생리의학상에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우리나라 과학자가 없다는 것이 상당히 아쉽다. 빠른 시간내에 뛰어난 대한민국 과학자들이 훌륭한 업적을 내서 노벨상을 받게 되고, 그 기술이 사용된 장비로 내게 진료받는 환자들에게 더 큰 치료 효과를 줄 수 있는 날이 꼭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