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1 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광주 지역 3·1 운동에서 광주기독병원, 즉 광주제중원의 역할을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3·1 운동과 관련하여 광주제중원 직원 8명이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당시 광주제중원 규모를 볼 때 원장인 윌슨 선교사를 포함해 직원이 약 20여 명으로 추정되는데, 선교사들을 제외한 전 직원이 3·1 운동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3·1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그 해 2월 각도의 책임자들이 서울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전남과 광주의 대표로 서울 청량리에서의 회합에 참석한 최흥종 목사는 광주 만세 운동에 관한 모의를 끝내고 돌아오던 중 서울의 3·1 운동에 합세 인력거를 타고 파고다공원을 왕래하면서 만세 시위를 하다 검거돼 14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최흥종 목사는 법정 진술에서 “나는 독립이 될 것으로 믿고 있으며, 어쨌든 나로부터 독립 사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하였다. 최 목사는 1910년대 현재 봉선동쪽에 위치했던 광주나병원 책임자를 맡았으며, ‘걸인과 나환자의 아버지’로 불린 애국지사였다.

광주제중원에서 회계원으로 근무하던 황상호는 3월 10일 광주 만세 시위에 참가한 바도 있었지만, 이 독립운동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민중 계몽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조선독립 광주신문’을 발행했다. 그는 같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던 남자 간호사 홍덕주, 약제사 장호조 등과 함께 병원에서 쓰던 등사판으로 신문을 발행했다. 사장 명의는 황송우(黃松友, 황상호의 가명)였다.

조선독립 광주신문 제1호의 주 내용은 전국 만세 시위의 소식과 고종 독살설, 파리 강화 회의,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 자결주의 등 국내외 정세에 대한 소식을 알리는 동시에 독립 만세 시위에 적극 참여하자는 호소였다. 더불어 3월 10일에 있었던 광주 지역 만세 운동 광경을 서술하였다. 제1호는 3월 11일에 300부가 인쇄되었는데, 홍덕주와 장호조 등에 의하여 3월 13일 광주 큰 장터 및 시민들에게 배부되었다. 그리고 계속하여 3월 15일 조선독립 광주신문 제2호를 발간, 3월 18일 광주 큰 시장 등에서 시민들에게 배포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으며, 제4호까지 발행하다가 일경에 적발되어 체포되었다. 이후 광주지방법원에서 황상호는 징역 3년을, 홍덕주와 장호조는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광주제중원 간호사인 김금석·김안순·김화순, 서기 최경동은 1919년 3월 10일 광주 지역 만세 운동에 참여하다 체포되어 징역 4월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최경동은 8개월간 옥고를 치렀으며, 이후 나병원과 애양원에 근무하면서 원생들에게 항일 민족 의식을 고취하는 등 지속적인 독립운동을 계속하다가 체포돼 징역 1년 6월 형을 언도받고 옥고를 치렀다.

광주 3·1 만세 운동에서 광주제중원의 역할을 재조명해보면, 가장 중요한 점은 1919년 3월 10일 만세 시위에서 수피아학교, 숭일학교뿐만 아니라 광주제중원 등 기독교 연합 세력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둘째, 최흥종 목사 등이 서울 지역과 연대함으로써 일찍이 만세 운동에 대한 준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셋째, 3월 13일 만세 시위의 경우 광주제중원에서 황상호 등이 ‘조선독립 광주신문’을 자체적으로 발행해 배포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목포, 영암 등지의 만세 시위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전남 지역 만세 시위의 촉진제 역할을 하였다. 또한 신문 발행을 통해 운동의 방향을 스스로 확보하고 만세 시위를 확대 발전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3·1 운동은 민족운동사에서 가장 큰 봉우리라 할 수 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광주기독병원이 지난 100년 전 광주제중원 직원들이 조선 독립을 위해 한마음으로 희생했던 밀알 정신을 계승, 이제 최초를 넘어 최고를 향한 병원, 광주·전남 대표 병원으로, 개원 2세기 새롭게 도약하는 2019년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