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 회담의 와중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탄핵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황교안 씨가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그는 전체 득표율에서 50%를 얻었지만 당원 투표에서는 55.3%를 획득했다. 황교안 씨의 당원 득표율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5·18 폄훼 발언으로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김진태 의원이 당원 득표율에서 무려 21.8%나 득표했다는 사실이다. 놀라운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김진태·이종명 의원과 함께 5·18 폄훼에 앞장섰던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되어 자유한국당 지도부에 당당히 입성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에 극우 세력이 존재하는 게 특별히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이들 세력이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모습을 보일 경우 그 사회의 민주주의에는 빨간 경고등이 켜진다. 그리고 정상적인 민주 국가에서는 이 경고음에 맞추어 민주 정당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예를 들어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결선 투표에 진출하자 프랑스의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사회당은 무소속 후보인 마크롱을 지지하여 르펜의 집권을 막았다.

2017년 독일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 3당에 올라 독일 민주주의를 위협하자 양대 정당인 기민당과 사민당은 경쟁을 멈추고 공동 정부를 구성했다. 사민당은 공동 정부를 구성할 경우 자당에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에 많이 망설였지만 국민들이 극우 세력들의 팽창에 대처하기 위해 공동 정부 구성을 촉구했고 이에 사민당이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이에 응한 것이다. 이처럼 평상시에는 치열하게 경쟁하다가도 극단 세력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면 이해관계를 떠나 손을 잡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게 민주 정당의 참 모습이다.

대부분 민주국가에는 다양한 정당들이 존재한다. 대개는 자본주의를 모토로 하는 합리적 보수 정당, 민주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온건 진보 정당이 정치의 양축을 이루고 맨 오른쪽과 맨 왼쪽에 각각 극우 정당과 공산당 등이 존재한다. 여기서 정치의 양축 중 하나를 형성하는 보수 정당들은 대개는 19세기에 형성된 자유주의를 이념적 토대로 삼고 있다. 여기서 19세기 자유주의가 내건 핵심 가치는 개인의 자유와 대의제 민주주의, 사유 재산제의 보호 등이었다.

반면 우리가 흔히 극우 정당으로 일컫는 독일의 나치스나 무솔리니, 오늘날 프랑스의 국민전선과 독일의 AfD, 그리고 우리나라의 유신 체제나 전두환 체제 등은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부정 내지 경시하고 인권 유린에 앞장섰으며, 대의제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진태 의원이나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김순례 의원 등은 한국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이다. 또 그들은 ‘5·18 북한군 침투설’ 및 ‘전두환 영웅론’과 같은 황당무계한 주장에 동조하면서 대한민국 국군을 모욕하고 국론 분열에 앞장섰다. 그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극우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자유한국당이 정상적인 보수 정당이라면 당연히 이들 극우적 인사들을 당내에 두어서는 안 된다. 김진태·김순례 의원 같은 극우적 인사들은 자유한국당이 아닌 별도의 극우 정당에 몸담도록 해야 정상이다. 그래야 자유한국당도 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산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자유한국당은 합리적 보수 정당과 극우 정당의 경계선을 설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필요하면 전두환과 박근혜의 정치 노선도 마다하지 않는 지극히 위험한 갈지자 행보를 걷고 있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극우 정당인가 보수 정당인가? 극우 정당이 아니라면 당장 당내 극우 세력들을 축출하라.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이란 말처럼 자유한국당은 작은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 하루빨리 진정한 민주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란다. 이것은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서 하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