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 성장과 정보 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인공 지능, 로봇 기술, 생명 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 혁명 사회로 발전하면서 개인의 삶의 가치와 행동 방식, 문화와 경제 등 사회의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가져 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족 공동체는 약화되고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만연하게 되었다. 이는 이웃과의 만남과 소통이 단절되고 전통적인 나눔과 공동체의 문화가 사라져가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사회적 갈등과 위화감은 점점 더 심화되고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깊어져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렇기에 지역 주민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지식 정보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거점 역할, 독서 문화 활동, 평생 학습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생활 밀착형 복합 문화 공간이 절실해졌다. 언젠가부터 마을 가까운 곳에 자그마한 공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곳은 주민이면 누구나가 들어가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진열되어 있는 몇 권 안 되는 오래된 책과 잡지를 뒤적거리면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한데 어울려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 서로의 의견을 가감 없이 나누는 장소였다.

각기 다른 사고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그들을 연결해 줄 수 있었던 것은 ‘한 권의 책’이었고 그러한 책들을 우리 주위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작은 도서관’이다. 전국에는 1200여 개의 공공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늘어가는 이용자 수용에 한계가 있어 기존의 공공 도서관만으로는 문화 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에 문화 서비스에 대한 갈증을 느껴온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자체적으로 작은 도서관을 설립·운영하였다. 이러한 지역 사회 문화 공간들이 점점 더 늘어 2019년 현재 전국에는 6060여 개의 작은 도서관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법 제5조 1항 설치 기준과 지방 조례 기준을 보면 작은 도서관은 33㎡ 이상의 면적에 열람석 6석 이상, 장서 1000권 이상이면 설치가 가능하다.

작은 도서관은 단지 공간이 작다는 것뿐이지, 독서 문화를 발전시키는 공간이면서 때로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자 아이들 방과 후 돌봄을 지원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즉, 공공 도서관이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작은 도서관이 맡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특성은 작은 도서관에는 사람과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공공 도서관하면 먼저 자료를 연상하게 되고 그 자료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지 사람과의 관계 형성은 뒷전의 일이다. 그러나 작은 도서관은 주민 밀착형으로 접근성이 높고 친화성을 바탕으로 이웃과 또래가 만나서 독서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쉽게 소통하여 마을 공동체의 형성에 영향을 미쳐 지역 사회 통합과 화합에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작은 도서관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재정의 어려움과 인건비의 상승에 따른 운영자의 부재 등으로 작년 한 해만 130개 관이 휴·폐관하였다. 이에 대한 지자체의 노력으로 광주시는 지난 3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도서관을 모색하고 도서관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도서관 종합 발전 시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작년부터 추가 건립 예정인 다섯 곳의 공공도서관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과 더불어 다섯 곳의 노후도서관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 사회 주민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쾌적한 독서 환경을 조성한다고 한다.

이제 작은 도서관은 숫자만 늘리기 위한 정책이 아닌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활성화가 되어야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환경이 개선되어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열악한 환경의 시설 개선과 안정적인 운영비, 적정한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들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