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기독병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부상당한 시민들을 헌신적으로 치료했던 민주 의료의 현장이다. 병원에 있던 의료진은 일시에 밀려든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침식을 잊었으며, 수혈할 피가 부족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해 민주 시민의 뜨거운 열정이 표출됐다.

당사자들, 기억하는 사람들, 5·18 민주화운동을 역사로 만들어 온 수많은 시민들, 특히 곳곳에 등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금희’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금남로를 지나다 헌혈을 호소하는 가두방송을 차마 외면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광주기독병원으로 향했다. 요란한 총소리에 다들 숨었을 법도 한데, 병원의 헌혈 대기 줄은 제법 길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겨우 헌혈을 마치고 병원을 나서 양림다리를 지날 때였다.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금희의 배와 허리를 명중했다. 금희는 자신이 헌혈한 바로 그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그러나 방금 뽑고 나온 피조차 채 식지도 않았을 그 시간에, 해맑은 미소를 띠고 찾아와 조금 전에 헌혈하고 갔던 여고생이 피투성이의 시신이 되어 다시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는, 보는 이 모두가 경악했으며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이내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변하였다.

광주기독병원 응급실의 아픔은 십자가의 현장이었다. 삼위 하나님은 역사적 현장에 위로자가 되신다. 숨죽여 기도하는 광주 시민과도 함께하였고, 금남로와 도청 광장에도 함께하셨다. 광주의 공포와 절규, 무고한 시민이 쓰러져 가는 죽음의 현장 가운데에도 함께하셨다. 금희의 영정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우는 어머니에게도 함께하셨다.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 광주시민은 남녀노소 없이 한 덩어리가 되어 서로 돕고 위로하였다.

현장의 응급실장 회고에 의하면 헌혈하겠다고 대기하는 시민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으며, 수혈 백이 없다고 하니 시민들이 적십자병원에서 가져다 주기도 했다고 한다. 필요한 물건을 말하면 모두 협조하여 도와주겠다는 시민들이 많아 함께하려는 시민정신이 대단했다고 전한다. 광주기독병원은 상황실 운영으로 조직적인 의료 활동을 수행하였고, 특히 수술실에는 당시 5개의 수술방이 있었는데, 그 방 전부를 열어 수술에는 외과, 정형외과 의사들이 모두 참여해 사흘 밤낮을 계속해 50명이 넘는 총상 환자가 한 명도 숨지지 않고 모두 살아나는 기적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회고한다.

전반적인 의료 상황에서 광주기독병원에 많은 환자가 몰렸던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는 계엄군의 발포가 있었던 5월 21일은 석가탄신일로 공휴일이었지만 광주기독병원은 쉬지 않았다는 점, 둘째는 광주기독병원은 전부터 치료비 걱정 없이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공감대, 셋째는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병원에 오길 두려워했는데 기독병원은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신뢰감이 작용했을 것이다는 기록이 확인된다. 병원으로서는 최선을 다하였고, 학생과 시민들도 광주기독병원에 대한 인식이 협력자적인 입장이어서 마음 놓고 치료를 받고 보호를 받았던 것이 틀림없다. 광주기독병원은 민주화운동 이후에도 부상자들을 가족처럼 치료하고 돌봄으로써 기독교 정신을 빛냈다.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또 다른 의미로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려는 다양한 노력까지를 포함할 때, 5·18 민주화운동은 또 하나 희망의 원초가 될 수 있다. 광주기독병원은 1980년 5·18 당시 믿음의 선배들이 수행한 의료 활동에 대한 사진전을 준비하고 하나님께 바로 서는 신앙 집회를 통하여 빚진 자들로서 사명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아울러 5월 10일 금희가 다녔던 전남여자상업고등학교와 적십자혈액원과 함께하여 그날을 기억하는 빚진 자들로서 생명 나눔의 헌혈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금희가 나누고자 하였던 또 하나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오월의 생명 나눔 정신이 미래의 사명자로 우리에게 있음을 잊지 않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