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라 주장하며 이를 타도해야 한다고 한다. 선거법과 공수처 법안 등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개혁 입법들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자신들의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패스트트랙에 상정하여 자동적으로 법안이 심사되고 본회의에 상정해 결정되도록 만든 것이 ‘독재 정권’의 근거라고 주장한다.

독재자는 권력을 가진 자가 자신의 뜻대로만 모든 업무를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영어로는 ‘dictator’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단어가 ‘dictation’이라는 ‘받아쓰기’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과거 로마 시대 집정관이 지시하는 것을 아무런 의견 없이 무조건 실행하는 것에서 비롯됐다는데, 말 그대로 최고 권력자에게 아부하며 아무런 토의나 검토 없이 무조건 따르거나 이를 반대하거나 거역하면 권력의 힘으로 억압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중학교에 재학하면서 5·18을 겪었다. 그리고 기억한다. 언론은 전두환의 통제 아래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것은 세월호에서 또다시 반복되었다. 군인은 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권력욕에 빠져서 충분히 먼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민들을 조준 사격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념 대담에서 KBS 송현정 기자가 대통령에게 질문을 했다. 한국당에서 ‘독재자’라고 평가하는 것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다. 나는 그러한 질문을 하는 자체가 이 정부가 독재 정권의 환경이 아님을 반증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질문의 내용이나 태도를 떠나서 그냥 그 기자가 의도한데로 자신의 스타일로 대담을 진행한 것이다. 특별히 문제를 삼는 것은 과거의 향수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존경과 존중의 대상인 동시에 지독한 비판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에서 의사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는가? 억압에 저항하기 위한 데모가 발생하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국민이 각자의 역할을 자유롭고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판사와 검사는 법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군인과 경찰은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며, 기자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성역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양심을 거스르게 하거나 법을 위반하도록 외압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의 중요한 덕목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에도 피해를 보는 이들이 있고 어떠한 합리적인 제안에도 반대 의사는 존재한다. 언론은 여와 야가 항상 싸움만 한다고 하지만 그 싸움을 통해 민주주의는 건강해진다. 일제 잔재적 역사가들은 조선 시대의 당쟁을 비난하며 우리 민족은 모래알 민족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하지만, 우리 민족은 그러한 논쟁을 통해 자신만의 신념을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이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에 총을 쏘고 폭탄을 던질 수 있던 기개로 펼쳐졌다. 그 덕분에 우리 민족은 스스로 독재와 부패를 정화할 수 있는 엄청난 민주주주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실현하고자 했던 정치적 철학과 의지를 남은 임기 동안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의 정치 유전자를 다양하게 유지할 수 있다. 협의와 조정은 가능할 수 있지만 국정 철학을 국면 돌파를 목적으로 변질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부디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는 외교와 경제 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