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 전복’ 자체 가공·유통으로 부가가치 높인다
2023년 10월 18일(수) 20:10
전남 혁신 어촌의 ‘바다 이야기’ <3> 해남 송호어촌계
시행착오 끝 전복 양식장 조성 성공…판로 개척 못해 낮은가격에 넘겨
2014년 어촌 6차 산업화 시범대상 선정…자체 브랜드 개발 등 나서
전복장·건전복 등 제조 공장 올 연말 준공…가공·유통 시스템 구축

2000년대 들어 전복 양식을 시작한 해남 송호어촌계는 애써 키운 전복을 저렴하게 완도 도매업체에 넘겼다가 2015년 이후 도매업체를 설립하고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의 컨설팅을 받아 자체 유통망을 구축했다. 사진은 해남 송호마을 전경.

바닷가 주변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는 송호해수욕장으로 유명한 해남 송호어촌계는 비교적 늦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전복을 양식하기 시작했다.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간신히 양식장 조성에 성공해 상품 가치가 있는 전복이 나오면서 송호 어민들은 또다른 고민에 휩싸였다. 쏟아져나오는 전복을 어디에 팔 것인지 판로를 개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호 어민들은 완도의 도매업체에 낮은 가격에 넘기는 ‘쉬운 선택’을 했다. 송호 앞바다에서 깨끗하고 건강하게 자란 ‘송호 전복’은 ‘완도 전복’으로 둔갑해 판매됐다. 전복 양식장과 어가가 점점 늘어 최근까지 46ha의 양식장 51가구가 전복 양식을 하고 있다.

해남 송호어촌계는 올 연말 HACCP 시설을 갖춘 가공공장을 준공한다. 이를 통해 전복, 어류의 부가가치를 높여 소득 향상에 나설 방침이다. 사진은 송호 전복 양식장.
송호 어민들이 전복 유통 시스템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어촌 6차 산업화 시범사업 대상 어촌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2016년 하반기부터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이하 센터)의 가공·유통 컨설팅, 직거래 판매, 자체 브랜드 개발 등 다양한 지원을 받으면서 송호 전복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2017년 1월에는 식당, 판매장 등을 갖춘 ‘땅끝 송호마을 전복 체험장’이 준공되면서 이들을 운영하기 위한 교육도 이수했다. 이러한 과정은 점차 전복 유통에 자신감을 갖게 했고, 송호 어민들이 주체가 돼 도매업체를 잇따라 설립해 현재 운영중이다.

지난 9월 열린 해양수산부 어울림장터에서 최영준 해남 송호어촌계장, 추애심 사무장이 전복 초밥 시식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매를 통해 소득 수준을 한 단계 올린 송호 어민들은 2020년부터 가공, 소매에 도전했다.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전복을 접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나서 전복장, 건전복 등을 시험 생산해 축제, 이벤트 등에 부스를 운영하면서 직접 팔기 시작했다.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시설을 갖추지 못한 송호 어민들은 인근 공장에서 전복장은 주문 제작하는 방향으로, 건전복은 고추 건조시설과 저렴한 진공포장기를 이용해 소량 생산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보완을 거듭하면서 자신들의 상품에 자신감이 생길 무렵 송호 어촌계가 해양수산부로부터 자율관리어업 ‘선진어촌계’로 선정되면서 HACCP 시설을 갖춘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드디어 송호 어민들이 그토록 바라던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7억여 원이 투입되는 이 공장에는 전복장과 반건조 생선을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예정으로, 올 연말 준공 예정이다.

경험이 없고,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기 어려운 어민들이 1차 생산을 넘어서 2차 가공, 3차 유통·관광 등을 한 데 엮은 ‘6차 산업화’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센터를 비롯한 해양수산부, 전남도, 해남군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어민들의 지속적이고 성실한 의지, 귀어 희망 도시민 유치 등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어촌계가 내부 갈등·마찰을 겪거나 갖가지 이유로 중도 포기해 미래 성장 가능성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해남 송호 어촌계는 어촌계장이 수차례 바뀌면서도 일관되게 기존 방침을 유지하며 노력을 계속했다.

여기에 송호해수욕장, 인근 땅끝 마을, 땅끝나라테마촌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이용해 매년 몰려오는 수만 명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해 부수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들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생산된 전복장, 반거조생선 등 가공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면 주민 소득은 더 증가할 것이다.

최영준 해남 송호어촌계장은 “전복은 가격 등락 폭이 크고, 그에 따라 양식어민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팔아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가격이 폭락한 시점에 가공 상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인다면 어민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와 함께 7년 여 동안 전복으로 분말, 어포, 전복장, 건전복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팔아 본 경험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 제공=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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