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김장 - 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3년 12월 11일(월) 00:00 가가
근래 서울을 더 크게 키워보겠다는 발상에 답답함을 느끼던 차에 지역 삶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워준 의미 있는 경험을 하나 했다. 지난 주말 김장을 함께 하면 좋겠다는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370년이나 되는 종갓집 맛을 대대손손 지켜온 명인 댁의 김장 초대를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 소위 ‘인생 샷’ 한 장 남기는 것처럼 ‘인생 김장’의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리하여 나이 50에 난생 처음 김장이란 것을 해보기위해 종갓집이 위치한 담양으로 향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창평면으로 가는 길은 처음 가는 길도 아니건만 유심히 보니 지나가는 동네 어귀가 새삼 달리 보였다. 마치 유명 상품의 특화 거리처럼 쌀엿과 한과 등 전통 음식과 관련한 명인들의 명패 걸린 집들이 이어졌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듯한 시골 마을의 정취가 살갑게 느껴졌다.
역시 종갓집 김장 스케일은 달라도 달랐다. 마당에 김장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은 5성급 호텔의 한식당을 비롯해 미슐랭 1스타를 받은 몇몇 레스토랑의 쉐프들과 한과명인 등 다양한 식품업계에 종사하는 전문인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0주 동안 제주, 서울, 경기도 등 전국 각지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매 주말마다 이 곳에 모여 열과 성의를 다해 전통 발효장을 공부하였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과정을 수료하는 날 김장을 담그기로 했다는 것이다. 얘기를 더 들어보니 이들 외에도 국내는 물론 해외의 지원자들도 많아 곧 두번째 발효학교를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종갓집 대대로 지켜온 전통 장맛이 전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음식 연구가들을 시골 마을에까지 모여 들게 한 것이다.
김장을 한 뒤 갓 버무린 칼칼한 김치에 삶은 돼지고기를 함께 먹는 자리에서는 김장문화에 이어 2024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한국의 장문화를 등재하기 위한 노력 등 우리 음식을 지켜가는 흥미로운 활동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깜깜한 시골길을 뚫고 집에 돌아온 이날 이후 종갓집의 경험은 큰 여운으로 남았다. 그리고 시골에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진정성, 그 진성성이 발현된 로컬리즘이 담긴 공간과 장소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보통 어떤 공간에 매료되는가.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한다면 자연경관이나 건축물 등 특별한 공간들을 갖춘 장소들을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며 사계절 햇빛과 바람을 받으며 버텨온 수백개의 빛나는 장독들이 얼마나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지, 힘을 발휘하는지는 글로 다 표현하기는 어렵다.
요즘 온 나라가 메가시티 조성으로 들썩이고 있다. 전국의 지역 자원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같은 서울에 대항하려는 듯이 대두되었던 메가시티는 서울이 들고 나서더니 이제는 광역도시권에서도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 발전과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 각 지역 간의 행정과 경제를 통합해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선동 카드로 쓰이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들의 메가시티로의 전략은 사실상 지역 생존의 기로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모색해 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사례들을 적용해 지역의 불균형 그리고 지방소멸과 도시 문제 해결에 특효약으로만 다뤄져서는 안될 것이다.
어디선가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면 지방은 저만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지역만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발굴하고 특화해야 지역의 생존이 지속될 수 있다는 그 글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그 어느 때보다 자기가 속한 삶의 터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놀라운 것은 지방소멸과 도시문제로 위기에 직면했다는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전통을 지켜가며 특별한 장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지역 도처에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자기의 터전을 묵묵히 지켜가며 살아온 사람들이 평생의 노고로 그들의 공간을 지켜가고 더 나아가 특별한 장소로 만들어감에 더 없이 감사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인문지리학의 대가 이-푸 투안의 저서 ‘공간과 장소’의 표지에 수록된 ‘공간에 우리의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들 때 그곳은 장소가 된다.’는 문장처럼 살아 숨쉬는 장소들이 지역 곳곳에 넘쳐나길 바란다.
역시 종갓집 김장 스케일은 달라도 달랐다. 마당에 김장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은 5성급 호텔의 한식당을 비롯해 미슐랭 1스타를 받은 몇몇 레스토랑의 쉐프들과 한과명인 등 다양한 식품업계에 종사하는 전문인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0주 동안 제주, 서울, 경기도 등 전국 각지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매 주말마다 이 곳에 모여 열과 성의를 다해 전통 발효장을 공부하였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과정을 수료하는 날 김장을 담그기로 했다는 것이다. 얘기를 더 들어보니 이들 외에도 국내는 물론 해외의 지원자들도 많아 곧 두번째 발효학교를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종갓집 대대로 지켜온 전통 장맛이 전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음식 연구가들을 시골 마을에까지 모여 들게 한 것이다.
요즘 온 나라가 메가시티 조성으로 들썩이고 있다. 전국의 지역 자원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같은 서울에 대항하려는 듯이 대두되었던 메가시티는 서울이 들고 나서더니 이제는 광역도시권에서도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 발전과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 각 지역 간의 행정과 경제를 통합해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선동 카드로 쓰이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들의 메가시티로의 전략은 사실상 지역 생존의 기로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모색해 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사례들을 적용해 지역의 불균형 그리고 지방소멸과 도시 문제 해결에 특효약으로만 다뤄져서는 안될 것이다.
어디선가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면 지방은 저만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지역만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발굴하고 특화해야 지역의 생존이 지속될 수 있다는 그 글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그 어느 때보다 자기가 속한 삶의 터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놀라운 것은 지방소멸과 도시문제로 위기에 직면했다는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전통을 지켜가며 특별한 장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지역 도처에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자기의 터전을 묵묵히 지켜가며 살아온 사람들이 평생의 노고로 그들의 공간을 지켜가고 더 나아가 특별한 장소로 만들어감에 더 없이 감사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인문지리학의 대가 이-푸 투안의 저서 ‘공간과 장소’의 표지에 수록된 ‘공간에 우리의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들 때 그곳은 장소가 된다.’는 문장처럼 살아 숨쉬는 장소들이 지역 곳곳에 넘쳐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