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4계] 구례 산수유마을 꽃잔치…“봄처녀 제 오시네, 샛노랑 옷을 입으셨네”
2024년 03월 15일(금) 22:00
상춘객 유혹하는 ‘제25회 구례 산수유꽃축제’
노란 산수유꽃으로 물든 구례 산동마을
정겨운 돌담길과 어우러진 ‘두근두근’ 설레는 봄길

구례 산수유꽃길

3월 중순, 지는 매화를 아쉬워할 시간이 없다. 곧장 새로운 봄꽃님이 오시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첫 동네가 자리한 지리산 산촌마을에 봄 아지랑이가 피어나면 산수유의 계절이 시작된다. 춘삼월 산수유 꽃밭이 펼쳐진 곳은 구례 산동마을이다. 산동면 위안리에 속한 대평마을, 반곡마을, 하위마을, 상위마을 일대를 통틀어서 산수유마을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 산수유 생산량의 70%가 이곳에서 나온다. 봄에는 샛노란 꽃이 피고 가을이면 붉은 열매를 맺는 구례 산수유는 국가중요농업유산 3호에 지정될 정도로 오랜 전통과 문화를 자랑한다.

구례 산동면 산수유마을 전경. <구례군 제공>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3월 중순 무렵, 구례 산수유마을은 온 동네가 노란색 꽃물결이다.

3월 초순부터 나뭇가지마다 꽃망울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다가 봄 햇살이 충분히 따뜻해지는 3월 중순이 되면 한순간에 꽃망울이 터진다. 나무에 피는 꽃은 개화 기간이 긴 편이어서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어여쁜 산수유 꽃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덕분에 해마다 꽃피는 봄철에는 산수유꽃축제가 전국의 상춘객을 불러들인다. 예부터 선남선녀들이 사랑하는 연인에게 산수유꽃을 선물로 주던 풍습에서 꽃축제가 시작됐는데 산수유의 꽃말이 영원불멸의 사랑인 것도 한 몫을 했다.

봄의 산수유가 샛노랑이라면 가을의 산수유는 새빨강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붉은색 산수유 열매가 가지 끝에 아롱아롱 열리는데 잘 영근 산수유 열매들이 보석처럼 빛이 난다. 봄에 산수유 꽃을 놓쳤다면 가을에 단풍처럼 붉게 물든 산수유 구경을 가봐도 좋다.

구례 땅을 봄과 가을에 곱게 물들이고 있는 산수유는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자 특산품이다. 산수유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승정원일기부터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 등에 따르면 공납을 위해 구례 지역에서 재배했고 한약재로 쓰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렇다면 구례 산동마을에서는 언제부터 산수유 나무를 심었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천여 년 전 중국 산동성에 살던 한 처녀가 구례로 시집을 오게 되었는데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서 산수유 나무 한 그루를 들고 왔다고 한다. 그때 심은 나무가 천년을 살아 남아 구례 산수유마을의 시초가 된 셈이다. 그 역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나무가 구례 계척마을에 있다. 마을 입구를 지키듯이 서 있는 산수유 고목은 한 눈에도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2001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후 마을 사람들의 지극한 보호를 받고 있다. 산수유꽃축제 기간 산수유 시목나무 앞에서는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가 열리는데 마을 사람들이 산수유 나무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구례 산수유마을 나무데크 로드
봄날 산수유꽃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운동화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구불구불한 마을 고샅길을 따라 산수유 밭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계곡을 중심으로 대평, 반곡, 하위, 상위마을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마을의 경계가 따로 구분돼 있지 않아서 굳이 도로명 주소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하나의 마을로 보아도 무방하다. 지리산 산비탈에 자리한 마을이지만 왕복 2차선 찻길이라서 등산 채비까지는 필요 없다. 산수유 꽃담길 코스는 약 2km 정도로 싸목싸목 꽃구경하면서 걸으면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 몇 해 전에 산수유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마을 계곡 옆으로 나무 데크 길을 설치했는데 덕분에 아주 가까이에서 산수유 꽃구경이 가능하다. 화사한 산수유꽃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도 수월해져서 잘만 하면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다.

구례 산수유꽃길
산수유 꽃담길의 매력은 돌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을 고샅길을 따라 차곡차곡 쌓인 돌담이 물길처럼 퍼져 있는데 집 울타리는 조금 높게, 산수유 밭의 경계는 살짝 낮게 쌓여있다. 무심한 듯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친한 친구처럼 산수유 꽃구경에 좋은 길동무가 되어준다. 산수유와 돌담이 오랫동안 서로의 곁을 지켜 온 데는 이유가 있다. 산수유 나무는 뿌리가 넓게 퍼지지만 깊게 파고 들어가는 편이 아니어서 태풍이나 홍수에 나무가 흔들리면 그대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이를 지켜주는 것이 돌담이다. 서로가 있어 존재할 수 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원불멸의 짝꿍인 셈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기분 전환하는 방법으로 꽃구경만큼 좋은 것이 없다. 우리 몸의 호르몬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도파민이다. 뇌 신경 세포의 즐거움과 행복을 전달하는 신경 전달 물질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향긋한 꽃바람에 마음이 간질간질하다면 보기만 해도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샛노랑 산수유 보러 구례로 떠나보자. 샛노랑 옷을 입으시고 제 오시는 봄처녀마냥 설레는 봄날이 우리를 기다린다.

/글·사진=정지효 기자 1018hyohyo@gmail.com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