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에 빠진 쌀 산업, 죽 쑤지 않으려면…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09월 03일(화) 21:30
우리 민족의 주식(主食)으로, 귀하디귀한 쌀이 몰락하고 있다. 고기 소비가 쌀을 추월하면서 어느덧 주식이라는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어 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풍년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계속되는 정책 실패와 소비 감소 탓에 나락으로 떨어진 ‘나락(벼)’ 가격은 이곳저곳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오게 하고 있다.

이런 우울한 상황에서 얼마 전 쌀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즉석밥 ‘땅끝햇살 쌀밥’을 출시했다는 해남 옥천농협의 소식은 반갑기가 그지없다. 윤치영 해남 옥천농협 조합장은 “지속가능한 쌀 산업 발전을 위해 가공식품 육성을 통한 새로운 쌀 소비처 창출이 필수적이다”라고 했다. ‘땅끝햇살 쌀밥’은 쌀의 명품화를 위해 개발된 전남의 대표 쌀 품종인 ‘새청무’로 밥을 짓는다.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특징인 ‘새청무’는 밥을 지으면 찰기가 돌고 윤기가 흐르며 쫀득한 식감까지, 쌀 자체로 맛있어서 밥쌀용으로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쌀의 몰락이 부른 ‘풍년의 저주’

국민 1인당 소비하는 쌀양은 해마다 줄고 있지만, 즉석밥을 비롯한 쌀 가공식품 소비량은 늘고 있다. 실제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줄었지만 사업체부문(식료품 및 음료 제조업)의 쌀소비는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체부문에서 제품 원료로 쌀을 사용한 양은 81만 7122t으로 전년 대비 12만 5700t(18.2%)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떡류 제조업(26.2%), 주정 제조업(24.1%),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15.9%), 기타 곡물가공품 제조업(9.8%) 순으로 소비량이 많았다. 특히 해외에서 냉동 김밥과 각종 볶음밥류 등이 인기를 끌면서 쌀 가공식품 수출이 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농수산식품 수출액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1~7월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 증가한 73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쌀가공식품, 김, 라면이 높은 증가율로 상승세를 주도했다. 건강식과 한류에 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쌀 가공식품 수출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 관련 기관에서는 빵과 면, 과자 등 쌀 가공식품 생산에 용이한 가루 쌀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전남도 역시 이 같은 점을 반영, 올해 4억 원을 투입해 쌀 음료·쌀 빵 등 쌀 가공제품 개발 및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10월에는 ‘전남 쌀을 이용한 전국 쌀 요리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전남도농업기술원도 농식품부와 공동으로 지역 업체 50곳을 선정해 가루 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시설 지원(14곳), 제품화 패키지 지원(1곳) 등을 진행 중이다. 대한제과협회 광주·전남지회와 연계해 가루 쌀 활용 레시피 개발, 제빵 경진대회 등 가루 쌀 가공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신규 사업을 발굴·추진하기로 했다.

또 쌀이 탄수화물 덩어리로 비만의 원인이라는 오해를 극복하기 위해 고급화·차별화 전략으로 변신을 추진 중이다. 건강·다이어트 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점을 들어 영양 및 기능 성분을 강화한 고급품종·친환경·기능성 쌀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 수요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친환경적 쌀 재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국 친환경 벼 인증 면적의 60%가 전남으로, 이 중 유기농 벼 면적은 전국 면적의 73%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전남 쌀은 여성가족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여성이 뽑은 최고의 명품 대상’ 친환경 쌀 부문에서 올해까지 18년 연속 선정됐다.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이 답

쌀의 몰락은 우리 사회에 큰 숙제가 되고 있다. 쌀의 몰락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는 물론 농민과 농협 등 관련 기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미 굳어진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애써 재배한 쌀을 헐값에 넘겨야 하는 농민과 시장 안정 조치 등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정부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쌀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간 정부도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무엇보다 시장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지만 앞선 탓이다.

농업인들이 쌀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즉석밥을 만들고, 농업 관련 연구기관이 쌀 가공식품 생산에 용이한 가루 쌀 활성화에 힘쓰는 것이 반가운 이유다. 지역 농협에서도 ‘아침 밥 먹기 운동’을 확대 추진하는 등 전남쌀 소비촉진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한다. 이제 나락에 빠진 쌀을 구하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는 자세로 우리 모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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