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의 힘, 칼의 힘 - 박병훈 광주교육시민앰버서더,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2024년 10월 24일(목) 21:30 가가
한강 신드롬이다. 한강 작가의 책이 품절되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강 작가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고 한다. 독자들은 한강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있는 독립서점을 방문하여 인증샷을 찍기도 한다. 손해를 보면서 작은 독립서점을 운영한 것도 한강 작가의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녀의 삶과 작품에 관한 조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약자들과 어울리며 뒹구는 문학의 역할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사회, 차별과 편견이 가득한 사회, 한 겹만 벗기면 드러날 위선과 거짓에도 부끄러움과 부채의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인간들이 성찰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존엄을 인정하며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스웨던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평을 하면서 한강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 수상 소식을 접한 날은 나의 예순 번째 생일날이었다. 대단한 생일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재빨리 한강 작가의 신간을 검색하여 주문했다. 돌아온 답은 주문한 소설 세트를 받기까지는 일주일쯤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대로 말 수는 없었다. 차선책으로 서재를 꼼꼼히 살펴 예전에 읽었던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을 다시 읽었다. 차근차근 읽고서야 채식주의자에서 예시된 복선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내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변형된 모습을 기억의 곳간에서 찾아내게 되었다. 소설의 등장 인물들이 묘사하고 있는 캐릭터는 감추고 싶지만 인정해야 하는 내면의 내 모습이었다. 과거의 나이기도 했고 현재의 나이기도 했다. 나의 가학성과 희생양인 내가 그려지기도 했다.
내가 자란 고향은 고천암을 마주하고 있다. 지금은 상전벽해가 일어나 아름답던 바다는 사라졌다. 그 바다에는 없는 게 없었다. 간척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바지락, 짱뚱어, 숭어, 전어 등 해산물로 가득한 마을 사람들의 자연 식탁이자 냉장고 역할을 했다. 할아버지는 짱뚱어를 낚는 장인이었다. 장뚱어를 낚는 기술을 시전할 때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바닷가 모래사장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동네 아낙네들이 초겨울에 김장을 담그기 위해 배추를 절이려고 삼삼오오 모여드는 곳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 펼쳐진 바다는 마음의 안식처였다.
그림처럼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졌다. 어쩌다 운 좋게 잠시 동안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 석양의 노을을 보는 날에는 시름이 없어지기도 했다. 지게질 하지 않기를 원했던 아버지 바람대로 고등학교 때에 광주로 유학을 왔다. 회색빛의 시멘트로 둘러쌓인 건물들 틈에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도회지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이 휑할 때면 고향의 바다가 생각났다. 고향의 바다는 그때 죽었다. 식량자급이라는 미명아래 방조제로 허리를 잘려 죽었다.
고등학교 일학년 때 5·18을 겪었다. 세월이 한참 지나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을 때 대학원 지도교수와 함께 모란꽃이라는 심리극 대본을 쓰게 되었다. 그 대본은 5·18을 겪은 한 여성의 저항과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다. 그 여성을 인터뷰했다. 인간의 잔혹함과 강인함, 연약함을 느꼈다. 모란꽃은 모진 고문 속에서 계엄군들이 그녀에게 억지로 붙인 간첩명이다. 이 작품은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극단 토박이에 의해 무대에 올려져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올가을에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된다. 한강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끈질기게 응시하며 품어왔다. 사람은 오랜 기간에 축적된 집단무의식의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동시에 과거 경험의 총합이다. 한강 작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고 나서 자신의 삶도 변형되고 그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노라고. 강지희 평론가는 “한강의 소설은 약하고 연한 살성과 물질인 뼈로 이루어진 인간이 어떤 존재일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다, 흰 뼈의 미학이다”라고 표현했다.
한강 작가 신드롬을 보면서 펜과 글로 감동받는 힘이 무력과 강제에 의한 힘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배울 수 있어 기쁘다. 독서는 비판의식과 세대, 세상과 호흡하는 힘을 기른다. 광주교육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마음이 배부른 가을이다. 세상이 무력의 힘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펜의 힘을 끈질기게 응시하자.
스웨던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평을 하면서 한강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 수상 소식을 접한 날은 나의 예순 번째 생일날이었다. 대단한 생일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재빨리 한강 작가의 신간을 검색하여 주문했다. 돌아온 답은 주문한 소설 세트를 받기까지는 일주일쯤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대로 말 수는 없었다. 차선책으로 서재를 꼼꼼히 살펴 예전에 읽었던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을 다시 읽었다. 차근차근 읽고서야 채식주의자에서 예시된 복선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내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변형된 모습을 기억의 곳간에서 찾아내게 되었다. 소설의 등장 인물들이 묘사하고 있는 캐릭터는 감추고 싶지만 인정해야 하는 내면의 내 모습이었다. 과거의 나이기도 했고 현재의 나이기도 했다. 나의 가학성과 희생양인 내가 그려지기도 했다.
고등학교 일학년 때 5·18을 겪었다. 세월이 한참 지나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을 때 대학원 지도교수와 함께 모란꽃이라는 심리극 대본을 쓰게 되었다. 그 대본은 5·18을 겪은 한 여성의 저항과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다. 그 여성을 인터뷰했다. 인간의 잔혹함과 강인함, 연약함을 느꼈다. 모란꽃은 모진 고문 속에서 계엄군들이 그녀에게 억지로 붙인 간첩명이다. 이 작품은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극단 토박이에 의해 무대에 올려져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올가을에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된다. 한강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끈질기게 응시하며 품어왔다. 사람은 오랜 기간에 축적된 집단무의식의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동시에 과거 경험의 총합이다. 한강 작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고 나서 자신의 삶도 변형되고 그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노라고. 강지희 평론가는 “한강의 소설은 약하고 연한 살성과 물질인 뼈로 이루어진 인간이 어떤 존재일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다, 흰 뼈의 미학이다”라고 표현했다.
한강 작가 신드롬을 보면서 펜과 글로 감동받는 힘이 무력과 강제에 의한 힘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배울 수 있어 기쁘다. 독서는 비판의식과 세대, 세상과 호흡하는 힘을 기른다. 광주교육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마음이 배부른 가을이다. 세상이 무력의 힘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펜의 힘을 끈질기게 응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