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에 기름 부은 ‘윤석열 담화’
2024년 12월 12일(목) 20:20
탄핵·수사 맞서겠다는 의지 표명
시민들 “국민에 선전포고” 분노
“당장 체포·탄핵 집회 더 강하게”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12·3 계엄사태’ 와 관련해 “내란 행위가 아닌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다”라고 밝히면서 그동안 전국 거리 곳곳에서 ‘탄핵’을 외쳤던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계엄 선포부터 네 번째 대국민 담화에 나선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는 일각에서 제기한 하야 과정은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의 내란 수사와 정치권의 탄핵 추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윤 대통령은 ‘12·3 계엄사태’ 이후에도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과 대통령령(시행령) 42건을 그동안 재가하는 등 대통령 직무를 일부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하고, 국정 운영을 여당과 정부에게 일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지만,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여전히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야당과 시민들은 “탄핵 필요성을 본인이 증명했다”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탄핵의 수위를 높여갔고, 광주·전남 자치단체장들도 “빠른 탄핵”을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면서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이다” 덧붙였다. 야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위헌·내란 논란에 윤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았고, 헌정 질서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통치 행위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또 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서도 책임을 야권으로 돌리면서 계엄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이후부터 현재까지 무려 178회에 달하는 대통령 퇴진·탄핵 집회가 임기 초부터 열렸다는 점도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꼽았고, 27차례 발의된 특검 법안과 정부 공직자 탄핵도 ‘정치 선동 공세’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는 헌법(제21조 1항)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대통령이 스스로 부정하고, 국회 의정활동을 모두 정치 선동 공세로 몰아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날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그동안 국회 상임위와 경찰·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계엄군 간부들의 증언과 국무위원들의 증언과 상반되는 주장을 펼치며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했다.

국민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TV와 유튜브를 통해 계엄군의 무력 국회 진입, 경찰의 국회 봉쇄 등을 생생히 보았지만, 이를 모두 부정했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질서 유지’였고, ‘느슨한 계엄’으로 ‘계엄 효과’를 얻고 피해는 최소화 했다고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계엄군의 중앙선관위 진입에 대해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총선 부정선거’를 강조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대통령 담화는 자신이 당선된 대선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이다”고 반박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극단적 망상” “내란 자백” “다음엔 발포 명령”이라고 강력히 비난하며 ‘신속 구속수사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도 즉각 SNS를 통해 “지금이라도 당장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강 시장과 광주 5개 자치구청장들은 국정지표 액자 자체를 집무실에서 치웠다.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오월단체, 종교계와 교육계 등에서도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는 “대국민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탄핵’ 촉구를 더욱 강력하게 해나가기로 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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