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매력, 유럽의 소도시] ‘예술’ 입은 거리 … 시간 속을 걷다
2025년 02월 26일(수) 00:00 가가
[독일 아헨(Aachen)]
샤를마뉴 대제 숨결 살아있는 유서 깊은 곳
독일 최초 세계문화유산 ‘아헨 대성당’
8각 천정·스테인드글라스 이국적 아름다움
사시사철 유황식수 맛볼 수 있는 온천도시
도시 곳곳 만나는 분수·조각상 감상 재미
루드비히 포럼 아헨, 60년 현대미술 명작
샤를마뉴 대제 숨결 살아있는 유서 깊은 곳
독일 최초 세계문화유산 ‘아헨 대성당’
8각 천정·스테인드글라스 이국적 아름다움
사시사철 유황식수 맛볼 수 있는 온천도시
도시 곳곳 만나는 분수·조각상 감상 재미
루드비히 포럼 아헨, 60년 현대미술 명작
화려한 명성의 대도시가 아닌, 소박한 소도시를 찾을 때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작은 설레임이 인다. 교통이 편리한 독일 쾰른에 머무르게 된다면 이 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1시간여 정도 걸리는 근교 도시들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도 좋다.
당초 베토벤의 고향 본에 이어 방문하려했던 곳은 폐광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한 명소 ‘졸버레인(Zollverein)’이 자리한 에센이었다. 하지만 아침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또 다른 인근 도시 아헨(Aachen). 전날 독일에 사는 지인의 추천에 갑작스레 경로를 바꿨다. 소도시 여행의 매력은 특별한 계획 없이도 천천히 거닐다 보면 도시의 매력적인 공간에 모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샤를마뉴 대제 만나는 역사도시= 쾰른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아헨은 초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신성로마제국의 수호성인이 된 샤를마뉴 대제(카를 대제·742~814)의 숨결이 살아 있는 유서 깊은 역사 도시다.
소박한 규모의 중앙역에 도착한 여행객들의 발길은 역사지구로 향한다. 아헨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아헨 대성당이다. 1987년 독일 최초로 유네스크 문화유산에 등록된 아헨 대성당은 동서양의 건축 양식을 모두 아우른 아름다운 성당이다. 서유럽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외부와 달리 성당 내부는 여타 성당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8각형 모양의 천정을 갖춘 비잔틴 모자이크 양식으로 지어져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성당을 지은 샤를 대제는 사후 이곳에 묻혔고 그의 유골이 담긴 황금보관함과 마리아의 성물함은 아헨성당이 자랑하는 소장품이다. 따로 티켓을 끊고 입장하는 아헨성당 보물실에는 샤를 마뉴의 흉상과 로타의 십자가 등이 전시돼 있다. 아헨성당에서는 신성로마제국황제부터 1531년까지 약 600년에 걸쳐 독일 왕 30여명의 대관식이 거행됐다.
아헨 시청사는 원래 샤를마뉴의 성이 있던 자리로, 프랑크 왕국의 패망 후 패허가 된 성을 아헨 시민이 시청사로 개조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아헨시청은 높게 솟은 세 개의 첨탑과 함께 건물 전면을 가득 채운 인물 조각상, 돌무더기를 쌓은 듯한 타원형 건물 등이 눈길을 끈다. 아헨 시청과 아헨성당이 마주 보고 있는 넓은 광장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이자,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거리 곳곳에서 만난 분수와 조각상은 아헨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골목길 모퉁이에서 마추친 어린 소녀, 우산을 쓰고 걷는 세 명의 여인, 독서 삼매경에 빠진 아이, 고민에 빠진듯한 성직자 등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며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하게 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분수 ‘돈의 흐름’(Kreislauf des Geldes)이다. 아헨 저축은행의 후원으로 1976년 세워진 조각상은 돈 주머니를 든 사람, 돈을 달라고 애원하는 사람, 아버지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듣는 아이 등 조각상들의 사실적인 표정과 포즈가 웃음을 자아낸다. 대성당 뒷골목에서 만난 ‘포겔 분수’(Der Puppenbrunnen)도 인기가 높다. 인물 조각상의 관절이 움직여 ‘관절 분수’라고도 불리는데, 가장 인기 있는 인형 조각은 사람들이 많이 만져 반질반질하다.
◇팝아트, 현대미술을 만나다=현대미술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방문해야할 곳이 있다. 1960년대부터 현대까지의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의 주요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 ‘루드비히 포럼 아헨’(Ludwig Forum Aachen)이다. 이 미술관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의 설립자이기도 한 페터 루드비히와 아헨이 고향인 그의 아내 이리네 루드비히가 수집한 소장품 3000여점으로 1991년 문을 열었다.
아헨의 건축가 요제프 바흐만이 1928년 건축한 이곳은 당초 우산공장이었던 터라 넓은 전시공간과 가로로 길게 난 유리창을 통해 바라다보이는 푸른하늘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상설전에서 만난 소장품들이다. 미술관에 도착하면 야외 공간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발레리나 광대’(Ballerina Clown)을 비롯해 극사실주의 조각 작품 듀안 핸슨의 ‘슈퍼마켓 레이디’(Supermarket Lady)‘, 장 미셀 바스키아, 앤디 워홀, 제니 홀저, 제프 쿤스의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루드비히 부부는 1800년대 저택을 개조한 공간으로, 골동품부터 고전미술까지의 작품을 전시하는 ‘주에르몬트 루드비히 미술관’(Suermondt Ludwig Museum)도 운영중이다.
아헨 거리 곳곳은 어디든 중세의 정취가 넘쳐나지만 특히 쾨르베르가세길이 인상적이었다. 아센의 가게 창문에는 원형 안에 커다란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이는 가게가 문을 연 기간을 나타낸다. 무려 1820년에 문을 연 커피 가게 ‘플럼스 카페’에서 원두를 구입하고, 1856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바구니 가게 ‘코프 와이어’에서 제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온천도시로 유명한 아헨에서는 길거리에도 온천수가 나오는 원천(原泉)이 있다. 아헨은 70도가 넘는 고온의 온천이 솟아 2000년전부터 로마시대 전쟁에 지친 군인들의 휴식처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작은 수도꼭지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흘러나오는 ‘엘리제 원천’은 파빌리온 형태의 건물에 자리잡고 있으며 식수로도 마실 수 있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발터 그로피우스,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근대 건축의 개척자로 꼽히는 아헨 출신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판 데어 로에 뮤지엄에 들러도 좋다. 카라얀 등이 음악감독직을 역임했던 아헨 시립극장도 인기 스폿이다.
혹시 겨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500년 전인 1세기부터 시작된 아헨시청 앞 크라스마스 마켓을 일정표에 넣는 것도 잊지 말아야한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당초 베토벤의 고향 본에 이어 방문하려했던 곳은 폐광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한 명소 ‘졸버레인(Zollverein)’이 자리한 에센이었다. 하지만 아침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또 다른 인근 도시 아헨(Aachen). 전날 독일에 사는 지인의 추천에 갑작스레 경로를 바꿨다. 소도시 여행의 매력은 특별한 계획 없이도 천천히 거닐다 보면 도시의 매력적인 공간에 모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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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헨을 대표하는 아헨 대성당의 내부. |
소박한 규모의 중앙역에 도착한 여행객들의 발길은 역사지구로 향한다. 아헨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아헨 대성당이다. 1987년 독일 최초로 유네스크 문화유산에 등록된 아헨 대성당은 동서양의 건축 양식을 모두 아우른 아름다운 성당이다. 서유럽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외부와 달리 성당 내부는 여타 성당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8각형 모양의 천정을 갖춘 비잔틴 모자이크 양식으로 지어져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성당을 지은 샤를 대제는 사후 이곳에 묻혔고 그의 유골이 담긴 황금보관함과 마리아의 성물함은 아헨성당이 자랑하는 소장품이다. 따로 티켓을 끊고 입장하는 아헨성당 보물실에는 샤를 마뉴의 흉상과 로타의 십자가 등이 전시돼 있다. 아헨성당에서는 신성로마제국황제부터 1531년까지 약 600년에 걸쳐 독일 왕 30여명의 대관식이 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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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헨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조각 작품은 여행의 즐거움을 준다. |
가장 유명한 작품은 분수 ‘돈의 흐름’(Kreislauf des Geldes)이다. 아헨 저축은행의 후원으로 1976년 세워진 조각상은 돈 주머니를 든 사람, 돈을 달라고 애원하는 사람, 아버지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듣는 아이 등 조각상들의 사실적인 표정과 포즈가 웃음을 자아낸다. 대성당 뒷골목에서 만난 ‘포겔 분수’(Der Puppenbrunnen)도 인기가 높다. 인물 조각상의 관절이 움직여 ‘관절 분수’라고도 불리는데, 가장 인기 있는 인형 조각은 사람들이 많이 만져 반질반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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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보고 ‘루드비히 포럼 아헨’에서 만나는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발레리나 광대’ |
아헨의 건축가 요제프 바흐만이 1928년 건축한 이곳은 당초 우산공장이었던 터라 넓은 전시공간과 가로로 길게 난 유리창을 통해 바라다보이는 푸른하늘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상설전에서 만난 소장품들이다. 미술관에 도착하면 야외 공간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발레리나 광대’(Ballerina Clown)을 비롯해 극사실주의 조각 작품 듀안 핸슨의 ‘슈퍼마켓 레이디’(Supermarket Lady)‘, 장 미셀 바스키아, 앤디 워홀, 제니 홀저, 제프 쿤스의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루드비히 부부는 1800년대 저택을 개조한 공간으로, 골동품부터 고전미술까지의 작품을 전시하는 ‘주에르몬트 루드비히 미술관’(Suermondt Ludwig Museum)도 운영중이다.
아헨 거리 곳곳은 어디든 중세의 정취가 넘쳐나지만 특히 쾨르베르가세길이 인상적이었다. 아센의 가게 창문에는 원형 안에 커다란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이는 가게가 문을 연 기간을 나타낸다. 무려 1820년에 문을 연 커피 가게 ‘플럼스 카페’에서 원두를 구입하고, 1856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바구니 가게 ‘코프 와이어’에서 제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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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헨시청사는 폐허가 된 샤를대제 당시의 성을 재건한 곳이다. |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발터 그로피우스,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근대 건축의 개척자로 꼽히는 아헨 출신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판 데어 로에 뮤지엄에 들러도 좋다. 카라얀 등이 음악감독직을 역임했던 아헨 시립극장도 인기 스폿이다.
혹시 겨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500년 전인 1세기부터 시작된 아헨시청 앞 크라스마스 마켓을 일정표에 넣는 것도 잊지 말아야한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