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출신으로 경남 하동에서 1927년 제2의 3·1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른 김무일 선생 등 호남출신 독립운동가 11명의 수형기록을 3·1운동 100년 만에 찾아 최근 정부에 서훈을 신청했다고 정재상 경남독립운동연구소장이 밝혔다.

이번 발굴은 경남독립운동연구소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하동군과 함께 지역 미발굴·미포상 독립운동가 찾기 전수조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문건과 관련해 정재상 소장은 “국가기록원과 국사편찬위원회가 소장하고 있는 ‘형사공소사건부’ ‘집행원부’ ‘일제감시카드’ ‘경상남도 보고서’ 등의 자료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1927년 하동에서의 제2의 3·1독립운동을 주동한 13명의 수형기록과 호남 출신 11명 등 46인의 항일행적이 담긴 수형문건을 찾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발굴한 문건 중에 광양 출신 김무일(金武一,1905~?, 진상면 섬거) 선생은 1927년 하동에서 제2의 3·1운동에 가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생은 하동군 악양면 출신 강대용과 여국엽, 임성필 등 20여명과 함께 1926년 12월 강대용의 집(하동군 악양면 중대리)에서 비밀리에 회합을 갖고 일제의 한반도 강탈정책을 규탄하는 시위를 모의했다. 준비한대로 하동 장날인 1927년 3월 3일 1000여명에 이르는 주민과 상인이 참가한 가운데 시위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일본경찰과 충돌이 발생했다.

이 일로 김무일, 강대용, 여국엽, 여태원, 임성필, 송우복 선생 등 중심인물 50여명이 일본경찰에 연행돼 고문을 받았고 30여명이 재판에 넘겨져 강대용, 여국엽, 김무일 선생 등 13명은 진주법원과 대구복심법원에서 소요(騷擾)·상해(傷害) 등의 죄목으로 형이 확정될 때 까지 징역 2년에서 8개월의 옥고를 치러야 했다.

또 김태수(金泰守, 1898~?, 광양 태인동), 최영근(崔永根, 1906~?, 광양 태인동), 최한원(崔漢元, 1905~?, 광양 태인동) 선생은 1927년 12월 10일께 광양 태인동에서 조선어로 된 문서에 일제의 불법 감금 폐지와 조선어 사용 확립 조선어 교사 등용 등의 내용을 담은 문서를 광양 일대에 배포한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돼 출판법 위반으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았다.

이번 문건을 분석한 정재상 경남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은 “1927년 하동에서 영·호남 출신 1000여명이 가담한 제2의 3·1운동이 대규모로 일어났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며 “이 같은 일은 영·호남 지역민이 함께한 1919년 이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위로 평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내용들이 지역향토사에 단 한 줄의 기록도 없어 안타깝다”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잊혀진 항일영웅에 대한 예우에 우리 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양=김대수 기자 kds@kwangju.co.kr